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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거인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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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일본 야구 선수에겐 꿈의 구단이다. 72년 전통에 가장 많은 팬을 갖고 있다. 지난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292만여 명. 우리나라 전체 구단 동원 수(300만 명)와 맞먹는다. 자이언츠 경기는 거의 야간에 치러진다. 경기장에 가지 못한 많은 팬이 지상파 방송의 생중계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배려 측면도 있다. 일단 스카우트되면 대우도 최고다. 2004년 출장 등록선수 평균 연봉이 1억2000여만 엔(약 12억원)이었다. 웬만한 구단의 두 배를 넘는다. 그래서 '자이언츠 천동설(天動說)'이란 조어까지 등장했다.

자이언츠는 막강한 자체 홍보력도 갖췄다. 발행부수 1000만 부가 넘는 요미우리신문과 스포츠호치신문.니혼TV가 한 계열사고 도쿄돔이 홈구장이다. 요미우리신문이 최대 부수를 자랑하게 된데도 실은 자이언츠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있다.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회장 겸 주필은 자이언츠 구단 회장도 맡고 있다. 와타나베 회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와도 친분이 두터운 일본 정치부 기자의 대부. 그의 왕국에서 제왕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그는 감독은 물론 선수 선발에까지 깊숙이 관여한다.

자이언츠는 기록의 군단이다. 창단 이래 지난해까지 평균 승률이 59%다. 센트럴 리그 우승 횟수만 39회에 이른다. 1965~73년에는 일본시리즈 9연패 신화를 만들었다. 원동력은 대만계 오 사다하루와 나가시마 시게오다. 3, 4번을 쳐 'ON 포(砲)'로 불린 콤비의 활약상은 지금도 전설이다. 통산 868개의 홈런을 친 오와 수위타자 여섯 차례를 차지한 나가시마는 62년부터 17년 동안 둘이 타점왕을 병점했다. 그때는 TV가 급속히 보급되던 고도성장기. 나가시마는 국민적 스타가 됐다. '미스터 프로야구'란 별명도 얻었다. "자이언츠가 이기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속설이 생긴 것도 이때였다.

자이언츠엔 이 밖에도 숱한 스타가 몸을 담았다. 한국계로 통산 400승을 올린 철완 가네다 쇼이치도, 3000안타 고지를 돌파한 그 유명한 안타 제조기 장훈도 ….

자이언츠는 지금 최대 시련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는 리그 6개팀 가운데 5위를 했다. 지바 롯데에 있던 국민 타자 이승엽이 19일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흔들리는 거인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나가시마가 은퇴하고 오의 방망이도 녹슬기 시작하던 76년 자이언츠로 이적해 그 공백을 메웠던 장훈처럼.

오영환 정치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