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녹음파일, 탄핵심판 일정 변수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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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수사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지난 6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지난 6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녹음파일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새로운 변수가 될까. 검찰이 갖고 있던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와 주변 인물들의 통화 녹음파일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되면서 국정 농단 사건 초기에 주목받은 최순실(61)씨 주변 인물들의 대화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파일 내용을 분석하면 국정 농단 사건은 고씨 등이 사익을 챙기기 위해 기획한 사건임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씨 “빵 터져 날아가면 다 우리 것”
대통령측 “사익 위해 기획” 검증 주장
국회 측 “조사 끝나, 재판 지연 안 돼”

반면 검찰 관계자는 12일 “파일 대부분은 의미가 없고 중요한 부분은 녹취록으로 작성한 29개 파일인데, 오히려 국정 농단을 뒷받침하는 증거다”고 반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검찰 조사와 분석이 끝난 부분을 부풀려 시간을 끌고 있다. 추가로 수사할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의 파일은 최순실씨를 돕던 김수현(37) 전 고원기획(고씨가 설립한 광고기획사) 대표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내용들이다. 자동녹음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사적인 통화 내용까지 2000여 개 파일이 녹음됐다고 한다. 최근 공개된 내용은 모아진 돈을 고씨 등이 빼돌리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5월 류상영(41) 전 더블루K 부장은 김 전 대표와 통화하며 “회장님(최순실씨)이 독일 현지에 비덱이라는 (비자금을) 내려받을 수 있는 법인을 하나 세팅한 거 알아?… 중간에 더블루K를 끼워 넣어 돈을 뺄 거다… 우리가 가르마를 잘 타야…”라고 말했다. 또 고씨가 지난해 2월 김 전 대표에게 “제일 좋은 그림은 뭐냐면 이렇게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거니까…”라고 말한 부분도 있다.

지난해 1월에는 36억원짜리 관급공사와 관련해 김 전 대표가 문체부 장관 보좌관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이모씨로부터 “이런 건 말이 나오면 안 되고 잘해야 해. 너, 과장, 영태 등이 나눠 먹으면 되는 거야”라는 말을 듣는 장면도 있다.

대통령 측은 헌재 변론에서 녹음파일을 하나하나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추위원단 측은 “이미 검찰에서 조사가 다 이뤄진 부분이다. 김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도 14일로 예정돼 있다. 녹음파일이 지연 요소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씨는 지난 6일 법원에서 “제가 사건을 조작했다면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을 움직이고 대기업을 움직여서 300억원을 지원받게 하고 독일 비덱에 200억원 정도의 지원을 요청했다는 건데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헌재 연구관 출신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부가 이미 종합 준비서면을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에 요구했고 두 달 가까운 변론 진행 과정을 통해 심증을 형성할 만한 다른 증거들을 검토한 상황”이라며 “녹취파일 등 엄청나게 많은 증거를 새로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재판 일정과 결과를 뒤집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글=윤호진·김포그니 기자 yoongoon@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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