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서식하는 북방산개구리의 이른 봄 산란일이 지난 7년 사이에 16일이나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 탓으로 보고 관찰 지역을 확대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는 지난 6일 첫 산란 관찰
기후변화로 온도 상승 탓 추정
12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6일 지리산 구룡계곡 일대에서 북방산개구리가 올해 처음 낳은 알덩어리(난괴)가 확인됐다. 이는 2010년 첫 산란일인 2월 22일에 비해 16일이나 빨라진 것이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관찰한 결과, 산란일이 가장 빨랐던 것은 2014년 2월 1일이었고, 가장 늦은 날은 2015년 3월 4일이었다. 8년간 평균 첫 산란일은 2월 16일이었다.
연구팀에서는 산란일이 빨라진 것이 기후변화 탓으로 보고 있다. 북방산개구리는 환경부에서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 중 하나로 지정했을 정도로 온도 등 외부 환경변화에 민감한 종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시기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공주 국립공원연구원장은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일이 빨라지는 것은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 북방산개구리 등 생물 지표종에 대한 관찰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원은 2010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기후변화와 양서류 산란의 연관성을 더욱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월악산(지릅재)과 소백산(남천계곡), 치악산(대곡) 등 3개 공원에서도 추가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점차 모니터링 대상지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1월에 산란했다가 얼어죽었을 수도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일은 '적산온도 시작일'과 매우 높은 상관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적산온도는 일(日)평균기온이 '발육 영점온도' 이상인 날의 일평균온도에서 발육영점 온도를 뺀 값을 하루하루 누적한 것을 말한다. 발육영점온도는 발육에 필요한 최저온도를 말하며 북방산개구리의 경우 발육영점온도는 영상 5도이다.
예를 들어 1월 25일 일평균기온이 영상 6.4도이면 이날의 적산온도는 5도를 뺀 1.4도가 된다. 또 1월 26일 일평균기온이 5.9도이면 이날 적산온도는 0.9도이다. 1월 25~26일 이틀간의 적산온도는 2.3도가 된다.
이처럼 하루하루 적산온도를 더해서 마침내 5도를 넘어서는 날을 '적산온도 시작일'이라고 한다. 북방산개구리의 경우 적산온도 시작일이 빨라지고 이후 일정한 온도를 보이면 그만큼 산란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2014년의 경우 적산온도 시작일이 2월 2일이었는데, 첫 산란일은 2월 1일이었다. 2015년에는 적산온도 시작일이 3월 18일이었는데 첫 산란일은 3월 4일이었다. 지난해에도 적산온도 시작일은 2월 12일이었는데, 첫산란일은 2월 16일이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적산온도 시작일은 1월 6일이었다. 1월 초순 높은 온도가 유지된 탓이다. 하지만 남원 지역에서 적산온도 시작일 직후부터 강추위가 닥쳐 일평균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북방산개구리의 산란도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1월 초순 남원의 평균기온은 영상 3.8도였으나, 1월 중순에는 영하 2.6도, 1월 하순에는 영하 2.3도를 기록했다. 자칫 1월 초에 산란을 했더라면 뒤이은 강추위 탓에 알이 얼어버렸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해마다 겨울철 기온이 변덕스러워지면 산란일도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 관계자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단계에 있는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일이 일정하지 않으면 곤충 등 먹이가 되는 다른 종의 출현시기와 맞지 않아 자칫 북방산개구리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는 북방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는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역, 일본 쓰시마섬에 분포하는 종으로, 산란기는 보통 2~4월로 알려져 있다. 암컷은 1년에 1개의 알덩어리(난괴)를 낳는다. 알덩어리 수만 파악하면 해당지역에 개체 숫자를 파악할 수 있어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는 지표종으로 활용된다. 다 자란 성체(개구리)는 곤충·거미와 같은 소형동물을 먹으며, 유생(올챙이)은 떨어진 낙엽이나 수초, 수서동물의 사체 등을 먹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