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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7월 디폴트설 … 글로벌 금융시장 짙어지는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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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다시 그리스가 국제금융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싸고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융시장에서는 그리스가 7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7.7%를 기록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6%대에 머물렀던 10년물 금리가 뛰고 있다. 그리스 구제금융 문제가 잘 진척되지 않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그리스 채권을 많이 매도한 영향이다. 2019년 만기가 돌아오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10%에 육박하고 있다. IMF와 EU는 현재 7월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의 채무 상환을 지원하기 위해 70억 유로(약 8조5757억원)의 추가 구제금융을 논의 중이다. 이 물꼬를 터야 3차 구제금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지원의 조건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7월까지 갚아야 할 빚 55억 유로
IMF “EU 일부 탕감해야 추가 지원”
선거 앞둔 유럽 각국 선뜻 안 나서
그리스 2년 만기 국채금리 10% 육박

IMF는 EU가 그리스의 부채를 일부 탕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IMF는 최근 내놓은 연례 보고서에서 “ EU가 상당 규모의 부채를 경감해주지 않으면 지속성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단지 돈을 붓는 것만으로는 그리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IMF의 시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75%에 달하는 그리스의 부채 규모와 높은 금리를 채권단의 자금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IMF는 그리스 부채 규모가 2060년에는 GDP의 275%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IMF는 진실한 발언자(truth teller)가 돼야 한다”며 EU의 부채 탕감 없이는 추가 지원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U의 태도 역시 강경하다. EU는 1~2차 구제금융 때 부채를 일부 경감해줬기 때문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 부채를 경감해주면 그리스가 어려운 개혁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EU의 경우 당장 눈앞에 선거가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 독일은 12일 대통령 선거와 9월 연방의회 선거를, 프랑스는 4~5월 대통령 선거와 6월 하원 총선을 치른다. 네덜란드는 3월 하원 총선이 예정돼 있다. 만약 그리스의 부채 탕감에 서명했다가 국내 정치의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EU가 그리스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다. CNN머니는 “유럽이 본격적인 선거철에 들어서면 그리스 구제금융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그리스는 구조개혁을 주도하는 IMF를 겨냥해 “우리의 노력을 무시했다”고 비판하는 한편 EU를 옹호하고 있다. 그리스는 4월에 14억 유로를, 7월엔 41억 유로의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현재 그리스 정권을 잡고 있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다만 EU의 선거 과정에서 그리스의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 유로존에서 퇴출시키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EU 주재 미국 대사인 테드 말락은 “향후 18개월 안에 유로존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며 “그리스가 유럽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재정긴축에 반대하고 있는 시리자 정부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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