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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모형비행기·컵…기념품 모으러 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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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유혹하는 갖가지 물건

KLM의 탑승 기념품인 도자기 미니어처. 여행자 사이에 인기 있는 수집품이다.

KLM의 탑승 기념품인 도자기 미니어처. 여행자 사이에 인기 있는 수집품이다.

‘세상사람 셋 중 한 명은 수집가’라는 소설가 장정일의 말을 빌리면, 여행자의 열에 아홉은 수집가다. 여행은 어쩌면 수집의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자는 여행을 기념하고 추억하기 위해 여행지의 온갖 물건을 수집한다. 냉장고 자석, 각 나라의 화폐 등 여행 수집품의 영역은 무궁하다. 때로는 여행자가 묵은 호텔, 여행 중 이용했던 항공사, 여행지 카페에서 얻은 물건 하나가 훌륭한 수집품이 된다. 때로는 여행 기념품 ‘수집욕’이 또 다른 여행을 충동질하기도 한다. 특별한 마케팅 전략으로 여행자를 유혹하는 전 세계 각양각색 기념품을 소개한다.

묵고 싶은 호텔? 갖고 싶은 인형!

콘래드호텔 인형

콘래드호텔 인형

기브어웨이(giveaway·증정품) 제작은 호텔의 오랜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투숙객에게 특별한 기념품을 무료로 제공하며 충성도를 높이는 등 판촉 효과를 노린다. 호텔 체인 콘래드의 소문난 증정품은 인형이다. 1994년 미국 마이애미에 첫 지점을 열면서 해우(바다소과 포유류) 인형을 객실에 선물로 비치했던 게 시작이다. 현재는 전 세계 28개 지점에서 인형을 증정, 판매하고 있다. 곰·황소 등 갖가지 모양의 인형이 인기를 얻다보니 직장인 박지윤(31)씨처럼 콘래드 인형을 수집하는 팬도 생겼다. 박씨는 “콘래드 발리에서는 원숭이 인형을, 콘래드 코사무이에서는 거북이 인형을 받았다”면서 “호텔 서비스도 만족스럽고 인형을 계속 얻고 싶어 여행 숙소를 잡을 때는 콘래드를 우선 염두에 둔다”고 말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도 1999년부터 12간지 동물 인형을 증정품으로 제작하고 있다. 해마다 1만5000개를 한정 생산하는데 연초에 물량이 동날 만큼 잘 팔린다. 최근엔 제주, 중국 베이징·칭다오, 마카오, 일본 오사카 하얏트 체인 호텔에서도 12간지 인형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호텔 제주도 2011년부터 헬로키티 인형을 제작했다. 헬로키티 컨셉트로 꾸민 객실 투숙객을 위한 선물이다. 롯데호텔 한유리 홍보담당은 “해마다 옷을 갈아입는 인형을 수집하기 위해 숙박 패키지를 구매하는 손님도 있다”고 전했다.

매니어 층 두터운 항공사 기념품

ANA의 베어브릭

ANA의 베어브릭

수집욕을 자극하는 데는 항공사 기념품도 한 몫 한다. KLM네덜란드항공이 비즈니스클래스 탑승객에게 선물하는 미니어처 ‘델프트 하우스’는 수집가에게 특히 인기 있는 물건이다. 1952년부터 제공된 기념품인데, 당시 KLM네덜란드항공은 술을 담은 도자기를 선물하면서 기내에서 알코올을 제공할 수 없다는 항공법을 교묘히 피해갔다. 지금까지 출시된 100가지 델프트 하우스를 모두 수집한 직장인 유영준(41)씨는 “외부에 판매되지 않는다는 희소성 때문에 더 애착이 생겨서 인터넷 중고거래까지 뒤져서 시리즈를 모두 수집했다”면서 “네덜란드 유명 건축물을 본뜬 델프트 하우스를 보며 집에서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 국적기 전일본공수(ANA)는 곰 피규어 베어브릭과 협업해 한정판 기념품을 만든다. 2012년부터 항공기, 승무원 등을 모티브로 한 베어브릭을 온라인숍이나 기내에서 한정 판매해 왔다. 2015년에는 전일본공수와 스타워즈 컬래버레이션을 기념해 스타워즈 로봇 R2D2로 분장한 베어브릭을 선보였는데 예약 판매 당일 온라인숍 서버가 다운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제주항공 모형 비행기

제주항공 모형 비행기

모형비행기도 매니어 층이 두터운 기념품이다. 기내에서 혹은 항공사 온라인 숍에서 주문할 수 있다. 1:400 비율로 축소 제작한 모형 가격은 보통 5만~10만원 선이지만, 만화 심슨 캐릭터가 그려진 웨스턴퍼시픽, 디즈니와 합작해서 만든 일본항공 등 ‘한정판’ 비행기 모형은 시중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될 만큼 관심이 뜨겁다. 이민호·김수현·송중기 등 유명 한류스타의 얼굴을 넣은 제주항공 모형 항공기(3만5000원)는 기내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비행기를 탑승해야 살 수 있다. 중화권 한류 팬은 모형항공기를 얻기 위해 일부러 제주항공을 이용하기도 한다.

컵·장난감…나만의 여행 수집품

스타벅스 시티 머그와 텀블러

스타벅스 시티 머그와 텀블러

각 나라의 특색을 반영한 상품들이 여행 기념품으로 채택되는 경우도 있다. 세계 70여 개국에 진출한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만드는 부가상품(굿즈)이 좋은 예다. 특히 스타벅스 점포가 위치한 도시의 상징물이 담긴 ‘시티 머그(city mug)’를 기념품으로 사서 모으는 여행자가 많다. 단종된 머그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고가에 매매되기도 하는데, 1994년 출시된 미국 미니애폴리스 머그는 이베이에서 2020달러(23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500여 종의 시티 머그가 판매되고 있으며 한국 시티 머그는 서울·부산·인천·대전·대구·광주·울산·경주·제주 등 9개 종이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안현철 부팀장은 “굿즈 판매는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한다”라며 “한국 시티 머그 구매 고객의 70%는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밝혔다.

일본 완구 회사 타카라토미가 생산하는 장난감 차 토미카도 여행자에게 기념품으로 사랑받는 물건 중 하나다. 1970년부터 출시된 토미카는 800여 개가 넘는 모델이 있고, 현재 10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중 한국·홍콩·일본 등지에서는 쏘나타·벨로스타, 빨간색 도요타 택시 등 각국의 대표 자동차 모델 한정판을 판매하고 있어서 수집가들을 매료시킨다.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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