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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하는 ‘청와대 개혁위원회’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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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1936년 압도적 득표로 재선되면서 뉴딜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려 했다. 대통령의 권한 확대가 필요했던 그는 ‘브라운로(Brownlow)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장인 브라운 로와 학자 2명이 1년간 작업 끝에 “대통령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낸다. 하지만 미국 의회에선 이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보고서는 대통령이 참모를 최대 6명까지 둘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으나 의원들은 “너무 많다”고 반발했다. 예산조정국을 대통령 산하에 두는 것에도 부정적이었다. 결국 또다시 1년 넘게 논쟁을 벌인 끝에 미 의회는 대통령실을 신설하는 법안에 합의한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취임 이래 150년 만인 1939년에야 미국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예산국장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정반대다. 정부 수립 단계부터 대통령의 권력은 빠르게 커져 왔다. 청와대 규모도 의회의 동의나 시민의 견제 없이 부풀려져 왔다. 이제는 한국판 ‘브라운로 위원회’를 만들어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시민과 국회와 전문가가 ‘청와대 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액션 플랜을 내놓아야 한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뒷받침하는 민정수석 폐지가 핵심이다. 인사 검증 등을 이유로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에 임명해 청와대가 무한 사정 칼날을 쥐고 있는 한 제왕적 대통령제가 해소될 리는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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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건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