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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뚫는 법, 이들은 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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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변창우(左), 조좌진(右)

변창우(左), 조좌진(右)

애경산업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인 에이지투웨니스(Age 20’s)의 콤팩트 파운데이션 ‘커버 팩트’. ‘견미리 팩트’로도 잘 알려진 이 제품은 이달 초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 처음 등장했다.

‘크리에이시브’ 변창우·조좌진 대표
알고리즘 분석해 검색상위권 올려
애경산업 색조 화장품 히트시켜

현대카드 마케팅본부장 경험 살려
온라인 신용도, 재고 관리까지 척척

8일 아마존에서 ‘콤팩트 파운데이션(Compact Foundation)’ 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이 제품은 첫페이지 위에서 세번째 제품으로 검색된다. 검색 순위가 판매량을 좌우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불과 일주일 만에 로레알·시세이도 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제친 것이다. 지난 일주일 간 팔린 제품은 1000개 남짓. 애경 측은 “초기 실적인 걸 감안하면 매우 만족스럽다. 미국 온라인 유통이 막막했는데 아마존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는 이 회사가 아마존 진출 컨설팅을 맡긴 스타트업 ‘크리에이시브’의 작품이다. 아마존의 검색 순위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분석해 제품이 검색 상위권에 올라가게끔 도와주는 게 주 업무다. 이를 위해 온라인 마케팅과 가격 정책, 재고 관리, 판매자 신용도 등을 종합 관리해 준다.

이들의 주요 공략 대상은 미국 유통 시장에 발을 내딛지 못한 한국 제조업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화장품과 식품을 적극 소개하겠다는 목표다. 최근엔 국내 식품 중견기업인 삼진글로벌넷의 미국 수출용 브랜드 ‘왕푸드’, 국내 칫솔 브랜드 ‘클리오’ 등의 아마존 진출을 도왔다. 왕푸드는 김과자와 인스턴트 우동 등을 중심으로 매달 2억5000만원 안팎의 매출을, 클리오 칫솔은 칫솔 카테고리 1위에 올라 매달 2억원 정도의 매출을 아마존에서 올린다.

크리에이시브 세 명의 공동 대표 중 둘은 현대카드 마케팅본부장 출신이다. 각각 2003~2005년, 2007~2008년 마케팅본부장을 맡은 조좌진(50)·변창우(50) 대표다. 이들 재임 중 현대카드는 승승장구했다. 알파벳카드와 컬러카드를 잇달아 히트시켜 2%가 되지 않았던 시장 점유율을 14%까지 올렸다. 수퍼콘서트·고메위크 등의 서비스를 내놓으며 ‘마케팅 구루(Guru)’로 떠올랐다.

현대카드 이후 각각 현대캐피탈 미국법인장, 삼성생명 마케팅 전무를 거친 조 대표와 변 대표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더 이상 남 밑에서 일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투자할만한 스타트업을 물색하다 크리에이시브를 알게 됐죠.” (조좌진 대표)

캘리포니아대 LA캠퍼스(UCLA)를 졸업한 공학도 션 장(37)이 2012년 설립한 이 회사는 기술력은 있었지만 영업·마케팅 역량이 달려 사업을 크게 벌리지 못하고 있었다.

변 대표는 “우리의 네트워크와 마케팅 경험, 장 대표의 기술력을 합치면 아마존 유통을 제대로 도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대표가 지분을 투자하고 공동 대표직을 맡은 게 지난해 9월. 조 대표가 장 대표와 LA 본사에서 마케팅과 물류 등을 총괄하고, 변 대표가 서울 사무실에서 영업을 벌이는 걸로 역할을 나눴다.

한국 기업을 위해 아마존 진출 전략을 세우는 데는 현대카드에서 배운 마케팅 노하우가 도움이 된다고 변 대표는 말했다. ▶초기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이미지부터 문구까지 디테일을 살리며 ▶정교한 수치 분석을 통해 전략을 수립한다 등이다. 변 대표는 “많은 업체가 아마존에 제품을 등록하고 나면 아마존에 진출했다고 생각하는데, 철저한 전략이 없으면 시간 낭비에 그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한국 제조업체들이 중국 수출에 집중하느라 정작 더 큰 시장인 미국을 놓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화장품 회사의 경우 미국 유통망 구축은 엄두가 나지 않고, 미국 시장을 아예 내버려둘 수도 없어 중간 판매상들에게 헐값에 물건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 고급 화장품 브랜드는 "온라인 쇼핑몰에 상품을 올리면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진다”며 수익은 나지 않는 백화점 유통만 고집하기도 한다.

조 대표는 “헐값에 물건을 납품받은 중간 판매상들이 이를 온라인 시장에 풀어버려 브랜드도 망가지고 회사는 수익도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브랜드를 제대로 알리고 제조업체에는 충분한 마진을 챙겨주는 윈-윈 사업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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