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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가능성 시사

중앙일보

입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중앙포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중앙포토]

대우조선해양의 자금난 해결을 위해 공모회사채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채무재조정 가능성이 언급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8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해 어떠한 선택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현대상선의 방법도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권뿐 아니라 공모채에 대해서도 채무재조정을 시행했다. 6300억원 규모의 채무를 출자전환 50%, 2년 거치 후 3년 분할 상환 50%로 재조정했다. 대우조선도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공모채권 상환유예 등 채무재조정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대우조선은 오는 4월 21일 4400억원을 포함해 올해만 9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만기도래 채권에 대한 채무재조정이 4월부터 실시될지 여부는 다음달 중순께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채무재조정은 여건이 악화됐을 때 고려할 카드다. 대우조선은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4조2000억원의 지원금 가운데 3조5000억원을 쓰고 7000억원이 남았다. 일단 4월 만기가 되는 회사채에 대한 상환 여력은 있다. 산은 관계자는 “채무재조정은 상황이 악화됐을 때 쓸 수 있는 플랜C쯤 되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은 나쁘지 않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은 최근 방산부문에서 큰 수주 계약건 성사를 앞두고 있다”며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과의 드릴십 인도 협상도 상반기 중에는 마무리되고, 유가가 배럴당 65달러까지 오르면 협상이 더 빨리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에 세금이 더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전제하에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구 계획, 소난골 드릴십 인도, 비핵심 자산 매각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의 몸집을 차츰 줄여가면서 연착륙시키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지원이 확정된 뒤 지금까지 대우조선의 수주잔량 중 66척의 선박이 완공됐고 이 선박들이 인도되면서 9조원이 국내에 상환됐다”며 “3조5000억원을 들여 9조원이 들어왔다는 건 국가적으론 리스크를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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