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하고 못 받은 돈, 이렇게 돌려 받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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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게임 제작사 A사는 게임 유통회사 B사와 1억원의 수익을 받기로 계약하고 게임을 개발했다. 그러나 B사는 제품 출시를 늦추다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A사는 디지털콘텐트(DC)상생센터에 법률 자문을 신청했고 약속한 수익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A사는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B사와 중재를 시도, 계약 해지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2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웹사이트 제작업체 C사도 대기업 D사에 홈페이지 제작 하도급 용역을 끝냈지만 잔금을 받지 못했다. D사가 개발이 끝난 홈페이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잔금을 주지 않은 것이다.

DC상생센터는 법률 자문을 신청한 C사에 "예정된 용역을 끝냈으니 용역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을 줬다. C사도 D사에 법률 검토 의견을 개진해 1억5000만원 상당의 잔금을 돌려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DC상생센터의 무료 법률 자문 서비스가 중소 콘텐트 제작사의 불공정 계약 피해를 해결해주고 있다. 소속 변호사의 검토 의견으로 콘텐트 제작사와 제작 의뢰 기업 간 중재가 성사돼 번거로운 소송 절차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재가 되지 않아 제작사가 소송에 나서더라도 DC상생센터의 법률 자문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미래부에 따르면 DC상생센터는 지난 2014년 12월 이후 2년여 동안 콘텐트 제작사로부터 총 577건의 법률 자문 신청을 받았다. 신청 사례로는 지식재산권 침해(252건), 불공정 계약(150건), 낮은 단가와 대금 강요(40건) 행위가 많았다. 계약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약속한 돈을 주지 않거나 계약을 해지한 사례도 60건에 달했다. 미래부는 이중 주요 사례 24건과 사례별 대응방안을 담아 법률자문집을 발간했다.

디지털콘텐트 업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은 일감을 주는 회사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불평등 계약서'에서 출발한다는 게 미래부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콘텐트 제작사가 계약을 할 때는 미래부 홈페이지에 있는 표준계약서 양식을 쓰도록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표준계약서에는 계약기간과 대금 지급, 저작권 양도, 계약 해지 등 구체적인 요건을 명획히 정하게끔 돼 있다. 다만 업계 관행이 정착되지 않아 표준계약서가 활발하게 사용되진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제작 일감을 맡기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다보니 표준계약서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을인 제작사가 표준계약서를 내밀기 힘들다면 이미 체결한 계약서에 불공정한 내용이 없는지 DC상생센터에 검토를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DC상생센터는 무료 법률 자문 서비스와 함께 디지털콘텐트 업계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콘텐트 유통, 불공정 거래 실태 조사에도 나서 적극적인 피해 구제에 나설 방침이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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