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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까지 비 1년 통상 강우량 초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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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 여름은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얼룩졌다. 예보는 번번이 빗나가 기상대로서는 최악의 계절을 보냈다. 87여름기상을 결산해 본다.
변덕스런 날씨는 6월말 장마전선의 형성이 꼬이면서 시작됐다. 기상대는 6월25일쯤 장마가 남부지방부터 상륙할 것으로 보았으나 실제 시작은 7월10일쯤이었다. 이 장마전선은 크게 제대로 북상하지 못하고 남쪽에 머물면서 비를 뿌렸다.
그러다 느닷없이 15, 16일 태풍 셀마가 닥쳐 영· 호남지방을 강타했다. 21∼23일에는 충남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려 막대한 재산 및 인명피해를 냈다.
특히 23일 상오9시까지 서천지방에는 6백73mm라는 기록적인 강우량을 보였다.
이후 기상대는 23일쯤 장마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26, 27일 서울· 경기지방에 최대 3백92mm (인천)를 기록하는 호우가 쏟아졌다. 이 비는 다시 북상한 장마전선이 뿌린 것이다.
게릴라성 호우에 연타당한 기상대는 집중호우시 총 강우량의 예보는 현재의 능력으로 불가능하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8월말까지 3∼6일 간격으로 전국에 호우성 비가 이어졌다.
8월28∼30일 사이에도 태풍과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이에따라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8월말 현재 l년 연평균강우량을 초과해 버렸다. 1년동안 내릴 비보다 더 많이 내린 것이다.
가장 강수량이 많은 곳은 서귀포로 8월31일까지 1천8백57mm를 기록, 예년 8월말까지보다 4백76·9mm가 더 내렸다.
예년평균을 훨씬 뛰어넘은 지역은 서울· 경기· 충남일대. 평년보다 50%이상을 초과했다.
이에따라 전국적으로 7, 8월 일조량이 예년보다 15∼20% 가량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8월에 일조량이 예년보다 26·5시간이나 줄었다. 곡창을 끼고있는 전남광주의 7, 8월 일조량은 3백80·6시간으로 예년보다 무려 1백32·8시간이나 적었다.
기온도 평년치보다 1∼2도 가량 낮았다.
기상대는 아직 여름기상이 왜 이렇게 변덕을 부렸는지 그 이유를 완전히 분석하지는 못했으나 엘니뇨현상으로 인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약화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엘니뇨는 열대지역 태평양의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3도 높아지는 현상. 수온이 올라가 예년같으면 만주지방까지 올라가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번에는 한반도조차 완전히 덮지 못했다. 올해는 고기압의 북쪽 경계선이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걸쳐있어 중국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저기압의 통로가 되였다.
여기에 고온다습한 해양성 기류가 남서쪽에서 계속 이 통로로 흘러들어 습기를 공급했다. 물기를 많이 먹은 기류가지형의 특성에 따라 몰려다니면서 호우를 내리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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