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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종교|80년대 들어 급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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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대양의 광신적 집단자살사건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사이비 신흥종교의 사회적 역기능을 노출시켰다. 이 사건은 자신과 상황을 판단하는 가치기준의 틀이 잘못됐거나 드러난 행동이 사회규범과 어긋난 경우의 종교적 「일탈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32명의 죽음을 몰고온 이번 사건은 사교집단의 맹신적 귀속감을 보여줌으로써 80년대 들어 급증하고있는 우리나라의 신흥종교 현실에 또 한번 경종을 울리고 있다.
80년대 들어 눈에 띄는 신흥종교들의 두드러진 양태적 특징은 깊은 산속등에 은거하던 폐쇄적· 도피적 신앙행태로부터 대도시속으로 파고들어 공개적인 포교활동을 벌이는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흥종교의 발생은 사회적 불안과 모순등의 사회학적 요인과 종교적· 심리적 동기가 혼합돼 있다.
정진홍 교수 (서울대· 종교학)는 신흥종교 발생의 종교적 요인으로 『기성종교의 기능과 역할 상실』을 들었다. 신흥종교는 기성 사원과 교회가 서민들의 심층적 요구인 규범· 귀속감· 가치척도등을 제공해주지 못한채 부패· 무능해질때 그 허점을 메우려는데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적으로는 규범부재의 아노미 (몰가치)현상, 인간 관계에서의 소외, 가족과 같은 1차 집단의 귀속감이 결여된 정체성 상실등이 주요요인으로 손꼽힌다.
노길명 교수 (고대· 사회학)는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회구조의 불안정과 물질 우선의 지나친 경쟁, 빈부격차의 심화에 따른 절대적· 상대적 박탈감, 기존의 공동체와 가치체계·규범· 권위의 붕괴등을 신흥종교발생의 사회학적 요인으로 보고 『신흥종교의 발생정도는 곧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불안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신흥종교들의 공통된 특징은 ▲현세질서의 개편열망 ▲교주에 대한 신자들의 열광적· 맹신적인 추종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이 되며 세계구원성업의 주체가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같은 특징들은 후천개벽· 지상천국 신앙을 지향하면서 말세- 심판- 영원한 지상천국 전개의 일정을 제시한다.
특히 사이비신흥종교는 말세논을 강조,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한 후 사업을 벌여 허망한 치부를 꿈꾸는 예가 많다. 오대양사건도 신도들을 집단적으로 귀속시켜 돈을 끌어 모으는데, 동원할때 위기의식과 각박관념을 불어넣는 예의 말세논을 주입시킨 것 같다.
이같은 지상천국사상과 통합의지는 선민의식과 구세주신앙으로 연결되면서 핍박받은 민족의 한과 개인의 고통을 풀어주는 해원· 최면등의 심리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신도들은 말세의 심판주· 구세주· 지상천국 건설자를 이같은 선민의식에 따른 한국태생의 자기 교단교주라고 믿는다.
사이비 신흥종교에 대한 대책은 우선 『기성종교에 물질적 부와 교육적 지식을 갖지 못한 사람도 자리잡을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 소외계층이 신흥종교를 찾을 이유를 없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노길명 교수)
기성종교는 고발하고 치유해야할 성장제일주의· 권위주의· 물량주의 등과 같은 사회병리현상을 자신의 종교내부로 이끌어들이면서 상류· 중산층일변도의 종교로 변신한 점을 사이비 신흥종교의 비판에 앞서 처절히 반성해야한다.
정 교수는 『반지성적· 광신적 신앙풍토를 청산키위해서는 교양으로서의 범종교적 상식을 갖춘 수 있도록 일반중· 고교의 종교교육이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종교인들은 지성과 상식을 보완해주는 종교의 기능과 신앙이란 지극히 상식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재삼 숙고해 줄 것』을 요망했다.<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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