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싸움 선언한 빙속여제 이상화

중앙일보

입력

"라이벌이요? 저 자신이죠."

6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빙속 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의 표정은 밝았다. 9일 개막하는 종목별 세계선수권을 눈 앞에 앞뒀지만 편해 보였다. 이상화는 "누군가 경쟁자를 꼽기보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올 시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제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차츰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월드컵 시리즈 1~4차 대회 500m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내는 데 머물렀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오른쪽 종아리 근육 통증까지 시달린 이상화는 남은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씩씩하게 '다음'을 준비했다. 지난달 1일부터 24일까지 캐나다에서 훈련을 한 이상화는 "부상에서 회복하는 단계다. 시즌 중이라 꾸준히 치료받을 시간이 없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모의고사'다. 1년 뒤 같은 장소에서 평창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상화 역시 이번 대회에 집중하고 있다. 이상화는 "기록이나 등수를 목표로 두지 않는다. 새 경기장이라 아직 타 본 선수도 없다.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2014년) 월드컵 대회를 치러봤다. 그 땐 소치 올림픽 직후라 부담이 있었는데 그 때와 비교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예감은 나쁘지 않다. 지난 3일부터 강릉에서 훈련한 이상화는 경기장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 곳 분위기가 밴쿠버와 비슷하다. 내가 좋아하는 빙질 상태다. 한국 선수들에게 적합한 경기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에 비해 다소 무른 편인 빙질에 적응하기 편하다는 뜻이다. 이상화는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아시아 선수들에게 맞는 빙질이 있다. 이 곳의 빙질이 아시아 선수들이나 한국 선수들에게 익숙하다. 소치에서 기록한 37초대 초반에 근접한 기록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500m에서 3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1988 캘거리, 1992 알베르빌, 1994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보니 블레어(미국) 뿐이다. 거기다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전세계가 이상화를 주목하고 있다. 이상화는 "외신 기자들로부터 평창에서 메달을 딸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는 이미 두 개의 올림픽 금메달이 있으니 욕심을 내고 싶지 않다. 욕심을 버리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으로 본다. 새롭고 재미있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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