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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으로 번진 트럼프 명령 … ‘월가 개혁법’ 재검토 지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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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4%대 경제 성장을 노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융규제 완화에 나섰다.

금융위기 막으려 오바마 때 도입
민주당선 강력 반대해 진통 예상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이른바 ‘도드-프랭크(Dodd-Frank)법’으로 불리는 ‘월가 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라는 2건의 대통령 지시(Directive)에 서명했다. 이 법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2010년 마련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분리하는 한편 과도한 차입과 파생상품 투자를 억제하기 위한 자본확충·스트레스테스트의 의무화, 사모·헤지 펀드 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아무리 공급해도 유동성이 기업·가계로 스며들지 않는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시각이다. 2009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중앙은행이 직접 공급한 미국의 본원통화는 월 평균 12.7%(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데 비해 예·적금, 신탁 등 광의의 통화(M2) 증가율은 같은 기간 절반인 6.3%에 그쳤다.

골드만삭스 출신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와 관련, “은행들은 기업에 돈을 못 빌려주고, 현금을 깔고 앉아 있어야 하는 처지다. 다시 대출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도 이날 블랙록·JP모건 등 투자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내 주변에 좋은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도드-프랭크법 때문에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못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2건의 대통령 지시가 어떤 내용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투자금융 회사의 대출기능을 회복하는 내용을 담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대출 등 은행 본연의 업무를 원활히 하겠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세부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하원도 즉각적인 법 개정 움직임을 드러냈다. 젭 헨설링 미 하원 금융위원장은 ‘도드 프랭크법 종말의 시작’이라고 부르며 지난해 9월 자신이 제출한 ‘금융선택법(Financial Choice Act)’에 대한 심의회 개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법은 10% 이상의 자기자본을 확보한 은행에 스트레스 테스트 등의 규제를 면제해 주는 내용이다. 다만 미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의회 통과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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