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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정부 개혁안에 양 노총 "개악"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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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의 개략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보험료는 올리고 연금 수령액은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이 안이 나오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연금제도를 죽이는 개악(改惡)안"이라며 정부안이 추진되면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연금 개혁을 두고 한바탕 소용돌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게다가 재계도 보험료 부담 가중을 들어 정부 개혁안이 미흡하다며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어 연금 개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8일 소득대체율은 60%에서 2004년 55%, 2008년 50%로 낮추고 보험료를 월소득의 7~9%에서 2030년까지 5년마다 단계적으로 15.9%까지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공개했다.

민주당의 권고를 받아들여 4년간 소득대체율 55%라는 완충지대를 뒀다. 국민연금 발전위원회(위원장 송병락 서울대 교수)가 제시한 개혁 방향을 무난히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복지부는 14일까지 잠정안에 대해 모든 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뒤 18일 정부안을 확정해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소득대체율이란 노령 연금액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60%일 경우 전체 가입기간 평균 소득의 60%를 연금으로 받게 된다는 뜻이다. 가령 전체 가입기간의 월소득을 평균한 금액이 1백만원일 경우 60세부터 매달 6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연금기금의 고갈 시기를 2047년에서 2070년으로 늦춰 후세대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8일 발표한 정책보고서에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소득대체율을 60%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오건호 정책부장은 "연금에 40년을 가입해야 60%를 받는데 2070년께 가입자 한 사람의 연금 가입기간이 21.7년에 불과해 실제 소득대체율은 30%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가령 월 소득이 1백36만원인 사람이 20년을 가입하면 지금 기준으로도 연금이 40만원밖에 안 되는데 대체율을 50%로 낮추면 34만원으로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이는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월 35만6천원)에도 못 미쳐 노후 생활에 보탬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재정 추계기간을 정부처럼 2070년으로 하지 말고 2060년으로 당기면 재정적자 예상액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도 민주노총과 같은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출산율을 1.8명선(정부는 1.37~1.51명으로 추정)으로 끌어올려 재정을 다시 추정하고 연금에도 국내총생산의 0.75%에 해당하는 국고를 지원하면 보험료를 2030년까지 소득의 11.66%까지만 올려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2002년 출산율이 1.17명에 불과한데 이를 1.8명으로 높여 계산을 다시 하자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세금이 아니라 보험료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은 사회보험 정신에도 안 맞으며 실제 그런 나라도 별로 없다"고 비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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