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불확실성 제거…차기 정부서 대중관계 리셋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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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3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간 회담에서 올해 중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해 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매티스 장관은 국방장관 회담 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났을 때도 사드 문제를 거론했다. “잘 알고 정책 결정을 내리기 위해(informed decision) 동맹국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고 사전에 밝힌 대로 매티스 장관은 40분 동안 대부분 윤 장관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하자는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목소리가 커졌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사드 배치 속도전 왜
중국 반대 여전, 입장 완화는 미지수
성주CC 기반시설 크게 손볼 것 없어
부지계약이 관건…롯데 “이달중 결론”

윤 장관과 한 장관 모두 매티스 장관에게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해 중국이 취하고 있는 보복성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정부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확인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사드 배치 결정 철회 등의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 미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이날 매티스 장관은 방한 중 남중국해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양국은 공개적으로는 정확한 사드 배치 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 국방부 당국자는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상반기 중 배치가 안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만 했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사드의 조기 배치를 이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대통령 직무정지 등으로 국내 상황이 복잡해졌지만 현 정부 임기 내에 배치하는 것이 여전히 살아 있는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정부가 사드의 조기 배치 카드를 밀어붙이려는 이유는 사실상 사드 문제에는 ‘대못’을 박아 주는 편이 오히려 차기 정부가 한·중 관계의 ‘리셋’을 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현 정부가 사드 배치를 완료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매티스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사드 배치 절차를 진행해 놓으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외교적으로 물밑 노력을 통해 중국이 출구전략을 가동할 수 있는 환경을 선제적으로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사드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면 미·중 간 게임에서 우리 입장을 정하기 더 유리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사드 문제가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거나 소모지향적 논쟁으로 흐르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가 사드의 조기 배치라는 정책적 결단을 내린 것과 조기 배치가 물리적으로 가능한가는 별개의 문제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사드 용지로 롯데그룹 소유의 성주CC를 확정했다. 하지만 롯데상사는 3일 국방부가 제안한 부지 교환 건의 타당성 검토를 위한 첫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롯데정책본부 측은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부지 교환에 응한다는 입장”이라면서 “늦어도 이달 중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가 확보된 뒤엔 기반시설 설계와 공사가 필요하다. 미군은 성주CC의 경우 크게 손볼 것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적 절차에 약 한두 달이 걸린다. 배치 자체는 많은 시간이 안 걸린다. 미국의 항공전문매체인 에비에이션위크 한국통신원 김민석씨는 “사드는 C-17 수송기에 실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며칠 내로 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롯데와의 본계약 완료→부지 공여→설계→환경영향평가→건설 배치 완료라는 사드 배치 작업 중 첫 관문인 부지 마련이 가장 큰 장애인 상황이다. 롯데의 한 임원은 “부지 교환에 응하긴 해야겠지만 중국 정부가 롯데에 불이익을 줄 여지가 있다”면서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차기정부 출범 이전 사드 배치를 완료하더라도 중국이 원래 입장을 완화할지는 미지수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것이 원래부터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국이)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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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45년 전 김치 줬던 정 하사 찾고 싶다”

매티스 장관은 2일 만찬에서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소위였던 1972~74년 훈련차 한국을 세 차례 방문한 인연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한 장관에게 해병대의 정 하사로만 기억하는 한국 군인을 찾고 싶다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정 하사가 추운 날씨에도 김치를 가져다줬다며 “현재의 나를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줬었다.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유지혜·이현택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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