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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옛 광주은행서도 5·18 탄흔"…계엄군 금남로 사격 증거

중앙일보

입력

금남로 옛 광주은행 본점

금남로 옛 광주은행 본점

1980년 당시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 이어 옛 광주은행 본점 유리창에 남은 손상 흔적도5·18 당시 총격에 의한 것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광주광역시는 3일 "지난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한 옛 광주은행 유리창 3점의 손상 흔적들이 모두 총탄 흔적으로 판단된다는 감정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전일빌딩에 남은 탄흔이 5·18 당시 헬기 발포에 의한 것이 유력하다"라는 분석이 나온 데 이어 옛 광주은행 본점 인근에서도 80년 당시 총기 난사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감정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은행이 기증한 3장의 유리창 중 0.8×1.7m짜리 1장에 남은 흔적이 5.56㎜ 구경 소총탄의 탄흔인 것으로 추정됐다. 국과수는 그동안 수장고에 보관해왔던 이 유리창에 남은 소총탄흔이 M16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국과수는 기록관 1층에 전시해왔던 나머지 2장의 유리장은 "손상 형태로 보아 탄흔으로 판단되지만 탄환의 종류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방문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동환 총기연구실장 등이 옛 광주은행 본점 건물 유리창 3장에 대한 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7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방문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동환 총기연구실장 등이 옛 광주은행 본점 건물 유리창 3장에 대한 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해당 유리창 3개는 광주은행에서 1997년 11월 광주시에 기증한 이후 5·18 사료로 보관해왔다. 5·18 당시인 80년 5월 20일 탄흔이 생긴 것으로 추정되며, 탄흔 크기는 50㎜(1개)와 25㎜(2개)다. 유리창 3개 중 2개는 5·18기록관 1층에 전시해왔으며, 1개는 수장고에 보관해왔다.
광주시와 5·18기록관은 80년 당시 금남로 1가 쪽에만 고층 건물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헬기 사격으로 창문에 탄흔이 남겨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 해당 유리창들은 옛 광주은행 본점의 4층·8층·9층에 설치돼 있던 것이어서다.

하지만 국과수는 이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감정서를 통해 "(총탄에 의한) 손상 흔적의 형태가 위아래로 긴 타원형이기 때문에 상향 또는 하향 사격의 가능성이 모두 있다"며 "가장자리 부분이 훼손된 상태로, 발사 각도의 판단은 힘들다"고 밝혔다. "탄흔이 남은 각도 상 헬기사격이 유력하다"고 발표한 전일빌딩과는 달리 육상이나 공중 사격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국과수의 이번 분석 결과는 5·18 당시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행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80년 당시 헬기사격 흔적이 남은 전일빌딩부터 옛 가톨릭센터와 광주은행으로 이어지는 금남로 전역에서 무차별 사격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앞서 국과수는 지난달 12일 전일빌딩의 탄흔 185개에 대한 감정 보고서를 통해 "5·18 당시 호버링(공중정지) 상태의 헬기에서 발사한 총격이 유력하다"고 발표했다. "80년 5월 당시 계엄군이 헬기에서 총기를 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정부 산하기관의 감정보고서를 통해 37년 만에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전일빌딩에 이어 옛 광주은행엣서도 총탄 흔적이 확인된 만큼 정부는 5·18 진실을 규명하고 가해자들을 밝혀서 더이상 5·18을 왜곡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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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방문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동환 총기연구실장 등이 옛 광주은행 본점 건물 유리창 3장에 대한 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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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 옛 광주은행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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