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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마이크] 따돌림 피해자에게 책임전가, 어떻게 생각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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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디지털 광장 ‘시민마이크’에 올라온 시민들의 생각을 전해 드립니다. 이번에는 ‘한국식 왕따 해결법’과 ‘동물보호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민마이크(www.peoplemic.com)는 지난해 광화문을 밝힌 1000만 개 촛불에 담긴 시민들의 염원을 모아 만든 ‘생각의 우물’입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 주세요.

돈 자랑 하지 말라니 어이없는 왕따 대책”

한고운

한고운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화제였던 ‘한국식 왕따 해결법’ 입간판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단 따돌림 예방수칙 우선순위로 자신 있게 행동하라, 침착하게 행동하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피해자에게 행동 고치라는 건
두 번 상처주는 것…옳은 방법 아냐

심각한 것은 이제부터다. ‘셋째, 유사하게 행동하라! 친구들과 유사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도록 노력하세요. 넷째, 자랑하지 마라! 비싼 물건은 집에 놓고 다니고, 소지품과 돈을 자랑하지 마세요. 다섯째, 익숙해져라! 싫어하거나 나를 험담하는 별명이 있다면 그것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세요.’

진짜 돈 자랑해서 왕따가 되는 것이라 믿는 걸까? 왕따가 생겨도 혼자서 참으면 왕따가 생긴 줄 모르니 저렇게 하라고 시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중요한지 한참 모르는 것 같았다.

상식적으로 친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실 다른 사례에서도 이러한 피해자 책임전가를 찾아볼 수 있다.

성범죄 피해자를 두고 사실이 아님에도 ‘왜 여성이 밤에 돌아다니나, 짧은 치마를 입으니 당할 만하다, 먼저 유혹했겠지’ 등의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 단지 신기해서 만져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머리카락을 밝게 염색한 이에게 다가가 허락 없이 만지고 수군거리는 사람…. 밝게 염색한 머리가 호기심을 자극했으니 피해자의 잘못인가? 민소매 옷을 입으면 팔을 만져도 된다는 뜻인가? 절대로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의 신체나 타인의 것을 마음대로 만져도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며 2차 가해를 하는, 피해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묻는 피해자 책임전가를 고발한다.

특별취재팀 peoplemic@people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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