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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밀착형 정책 수립, 공공건물 건축땐…수원시, 인권영향평가 먼저 실시하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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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 수원시 4개 구청 세무과에서 발송하는 지방세 체납안내문 겉면에서는 ‘체납사실’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안내문 겉면 우측 상단에 붉은 글씨로 ‘자동차세 1회 이상 체납차량 현재 번호판 영치 중’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수원시인권센터는 제3자가 볼 경우 체납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구청에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구청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4일부터 발송되는 안내문에 체납사실을 별도로 고지하지 않고 있다.

시 인권위에 소위원회 구성하고
시행 전 문제점 따져 개선 계획
도로·공원 등도 내년부터 적용

2015년 5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두번째로 인권센터 문을 연 수원시의 행정이다. 시는 시민생활과 밀접한 정책의 시행에 앞서 인권 영향을 미리 평가하는 제도를 전면 도입한다. 수원시는 그동안 조례 제정 등 자치법규에 한정된 인권영향평가를 올해부터 정책·사업·공공건축물 등 시의 전반적인 행정으로 확대 적용한다고 31일 밝혔다. 인권영향평가는 어떤 정책이나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시민의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보는 제도다. 이를 토대로 정책 시행 전 문제점을 개선해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는 서울 성북구가 인권영향평가 제도를 시행 중이다. 성북구는 2013년 노후한 안암동 청사를 새로 지으면서 공공건물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 설계부터 시공·준공·운영에 이르는 전 단계에 인권침해 요소를 없앴다. 흔히 주민센터 1층에 자리한 민원실을 2층으로 옮기는 대신 1층을 카페 등 주민소통 공간으로 꾸민 게 대표적이다. 사회적 약자가 주민센터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 동선까지 고려했다. 안암청사는 국내 1호 인권청사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시는 올해 인권영향평가 도입에 앞서 수원시인권위원회 산하 인권영향평가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원시 싱크탱크인 시정연구원에 관련 연구용역도 의뢰했다. 수원시는 내년부터는 인권영향평가 적용 대상을 도로·공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신축이 논의 중인 수원시의회 청사를 인권청사로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박동일 수원시인권센터 시민인권보호관은 “어떤 정책이 수립되거나 시행될 때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기 때문에 시민의 인권보호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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