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정부가 北核정보 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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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한 정보를 왜곡해 미국의 대북정책을 강경 일변도로 몰아가고 있다고 북한 문제 전문가인 리언 시걸(사진)박사가 5일 비판했다.

전직 뉴욕 타임스 논설위원으로 뉴욕 소재 미 사회과학연구원(SSRC) 선임 연구원인 시걸 박사는 이날 일간지 볼티모어 선에 '거짓말과 사실'이란 제목의 기고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 세가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북핵 문제와 관련, '협상 무용론(無用論)'을 주장해 왔다. 이 주장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는 이미 원폭 개발을 결심했다. 따라서 북한과의 그 어떤 협상도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플루토늄 및 우라늄 방식에 의한 핵개발 계획을 폐기할 의사가 있음을 밝혀 왔다. 물론 북한은 자신이 핵개발 계획을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불가침 보장과 경제제재 해제 등의 보따리를 받아내고자 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6일 "미국은 제네바 합의를 준수했으나 북한은 이를 어기고 우라늄을 농축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제네바 합의와 관련, 백악관 참모들에게서 잘못된 정보를 들은 것 같다.

미국도 제네바 합의를 어겼다. 제네바 합의 제2조는 '북한과 미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 정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았다.

또 미 행정부는 공화당의 반대로 북한에 약속한 중유도 제때에 공급하지 못했다. 또 제네바 합의에 따라 2003년까지 완성하기로 한 경수로 건설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 해제 약속도 못 지켰다.

부시 행정부가 주장하는 '북한 붕괴론'도 잘못된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붕괴 과정에 있으며 해상봉쇄 등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체제를 쉽사리 무너뜨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봉쇄조치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남한과 중국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과 베이징(北京)은 모두 대북 봉쇄를 꺼리고 있다.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봉쇄조치는 북한체제의 붕괴가 아니라 핵개발만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최원기 기자brent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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