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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영하 35도 … 네 발이 얼음에 갇혀버린 고양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어느날 아침, 러시아 즐라투스트에서 칼을 만들며 사는 세르게이 바라노프(41)와 그의 아내 옐레나(36)는 자동차를 몰고 나가려다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자동차 아래에 웅크린 채 추위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기온은 영하 35도였다.

고양이는 차의 온기를 찾아 아래 웅크렸지만 밤새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면서 온 몸이 얼어 옴짝달싹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고양이가 밤새 잠든 사이 엄청난 한파가 몰려왔던 것이다. 수염엔 서리가 내려 있었고 네 다리도 바닥의 얼음에 꽁꽁 언 채 달라붙어 미동할 수도 없었다.

이대로 가면 고양이가 얼어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부부는 고양이에게 따뜻한 물을 부어 몸을 녹여주기로 했다. 그들은 양동이 7개 분량의 따뜻한 물을 퍼다 날랐고, 조금씩 고양이에게 부어줬다. 얼음에 묶여 있던 고양이의 네 발이 조금씩 자유로워졌고 고양이도 조금씩 체력을 회복했다.

따뜻한 물을 부어 녹이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고양이는 발이 얼음에 거의 5㎝ 이상 깊이로 파묻힌 채 얼어붙어 있었다.

10분 간의 작업 끝에 고양이는 ‘얼음 덫’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저체온증으로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바라노프 부부는 담요를 가져와 고양이를 감싼 뒤 따뜻한 집에서 쉬게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쯤 고양이는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부부는 고양이를 수의사에게 데려가 항염증제를 주사했고 이후로도 따뜻한 집에서 보살폈다. 바라노프는 “사흘이 지난 뒤 고양이가 원래 몸상태를 완전히 회복했다. 지금은 달리기도 하고 점프도 할 수 있다”며 웃었다.

바라노프는 “추운 겨울엔 반드시 차 밑에 뭐가 있는 지 확인한 뒤 시동을 걸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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