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과 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다. 해외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쇼핑이다. 내 나라에서 보지 못하는 다채로운 물건들은 신선한 자극이 된다. 세계의 많은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해 있지만 아직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브랜드와 제품도 많다. 같은 물건이라도 브랜드의 원산지 가격이 국내보다 싼 경우도 흔하다. 꼭 값비싼 물건일 필요는 없다. 현지인들이 생필품을 사는 슈퍼마켓이나 약국에서도 즐거운 쇼핑을 할 수 있다. week&이 해외 도시별로 여행가면 사와야 할 베스트 쇼핑 아이템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인기 여행지인 파리·런던·밀라노·베를린과 도쿄·홍콩·방콕·싱가포르 현지에 거주하거나 가이드북을 저술한 전문가로부터 제안 받아 선별했다.
Paris | 파리
파리는 명품 브랜드의 본고장이다. 국내보다 가격이 싸고 제품도 다양해 파리에서 패션 브랜드 쇼핑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한국과 가격 차이가 큰 브랜드를 특히 많이 사간다. 가방 브랜드 고야드가 대표적이다. ‘생루이’ 쇼퍼백의 경우 파리 가격이 한국 가격보다 10% 이상 싼데, 여행자 세금 환급액까지 더하면 20%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APC의 하프문백도 많이 사가는 아이템. 파리 가격이 290유로(약 37만원)일 때 한국 가격은 66만9000원이다. 프랑스 대표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자벨 마랑의 ‘디커 부츠’도 가격차이가 큰 아이템으로 꼽힌다. 파리 현지 가격은 370유로(약 44만원)쯤 한다. 귀국해서도 파리의 추억을 느끼고 싶다면 마리아쥬 프레르의 차 제품인 ‘마르코 폴로’ ‘웨딩 임페리얼’을 권한다. 15유로(약 1만9000원)부터 있다.
파리는 약국에서 파는 화장품이나 샴푸 등 퍼스널 케어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좋다. 스킨케어 브랜드 발몽의 베스트셀러 아이템 ‘발몽 리뉴잉 팩’은 고급 마사지숍과 유명 여배우들이 사용하면서 한국에서도 알려졌다. 한 통에 150유로(약 19만원)쯤 하는 고가의 제품이지만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렵고 해외 직구의 경우에도 30만원이 넘는다. 보습력이 좋은 유리아쥬 립밤(3유로·약 3600원)은 한국(1만2000원)과 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 더욱 인기다. 르네 휘테르 ‘포티샤’ 샴푸는 파리 가격이 9~10유로(약 1만2000원)인데 한국에서는 2만6000원이다.
프랑스 의사가 루이 16세를 위해 1755년 개발한 세계 최초의 치약인 ‘보토(BOTOT) 치약’은 스토리텔링으로도 좋은 선물이 된다. 특유의 허브향이 상쾌하다. 파리에서 4.5유로(약 5000원)인데 한국 가격은 3만원 정도. 슈퍼마켓에서 2~3유로에 구입할 수 있는 게랑드 소금과 ‘앵무새’ 무정제 설탕도 미식 대국 프랑스를 느끼기에 좋은 기념품이다. 마르세이유 지방에서 나는 올리브유를 사용해 만드는 ‘마르세이유 비누’는 찬 물에 잘 녹는 게 특징이다.
박영희·유로자전거나라 가이드
London | 런던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지금이야말로 영국에서의 쇼핑이 가장 행복할 때다. 파운드가 유로에 가까울 정도로 낮아진 것은 기록적인 일이므로 런던 쇼핑을 꼼꼼히 계획할 만하다. 영국 퍼퓨머 브랜드 조 말론은 한국에도 있지만 영국에서 사는 것이 훨씬 싸다. 셀프리지·리버티·헤롯 등 백화점에서도 살 수 있지만 리젠트 스트리트에 있는 단독 매장에 가면 이 곳에서만 판매하는 독점 컬렉션을 비롯해 폭넓은 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 100㎖짜리 코롱이 86파운드(약 13만원), 무거운 향 계열의 블랙 보틀은 105파운드(약 15만원)다. 국내에서는 각각 17만원, 23만원대다.
메이슨 페어슨은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헤어브러시 브랜드로, 고무 쿠션 패드를 처음 고안해냈다. 모델과 헤어 스타일리스트 등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입소문 나 있지만 대중적으로는 아직 덜 알려져 있다. 가장 작은 포켓 사이즈가 45파운드(약 7만원), 가장 큰 브러시가 150파운드(약 22만원)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차 브랜드 포트넘 앤 메이슨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차 뿐 아니라 식기나 티 타월, 쿠키와 초콜릿 같은 식품도 있다. 다양한 종류를 사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으나, 선택이 고민되면 ‘로열 블렌드’(250g · 10.95파운드)가 무난하다. 디자인이 예쁜 티인퓨저(35파운드)도 추천한다.
패브릭 회사로 시작해 백화점으로 진화한 리버티 오브 런던 스토어는 영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한정판으로 내놓는다. 올 겨울 스페셜 에디션은 독특한 패턴과 프린트의 알파벳 컬렉션 가방과 파우치. 자신의 이니셜을 새긴 리스트렛(팔걸이가 있는 지갑·150파운드)을 고르면 기억에 남는 기념품이 될 것 같다.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바세린 립밤의 틴 버전은 가격도 싸고 부피도 작아 선물하기에 좋다. 특히 매 시즌 스페셜 에디션(2.99파운드)이 나오는데, 일반 립밤(1.89파운드)과 가격 차이도 크지 않으면서 독특한 포장이 매력 있다.
라마 리·사진가
박현영·최승표·유지연·양보라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