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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건강] 영양제를 밥 먹듯 드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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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은 자신이 먹는 것에 의해 만들어진다." 영양의 중요성을 간파한 독일의 문호 괴테의 말이다. 여러 해 혼수상태에 빠져 있더라도 정맥을 통해 영양소만 공급하면 생명 유지는 물론 성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리 필수 영양소라도 과잉섭취는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우리나라는 '영양제 천국'이다. 매일 영양제를 밥 먹듯 털어 넣는 맹신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영양제는 무엇이고,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 알아보자.

◇ 영양 과잉시대=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영양섭취는 이미 과포화상태다. 특히 비타민C는 권장량의 거의 두 배, 단백질은 1.3배나 먹고 있다. 권장량보다 덜 먹는 영양소는 칼슘(0.7배)과 리보플라빈(비타민 B2, 0.9배) 정도였다. 여기서 권장량은 우리 몸이 요구하는 양보다 많은 양을 말한다. 권장량을 정할 때 우리 몸이 상당기간 섭취하지 않을 경우 꺼내 쓸 비축분까지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영양제 '사랑'은 각별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31%가 한가지 이상의 영양제를 복용하며 4%는 매일 복용한다. 최근 한서대 차복경 교수팀이 성인 여성 2백3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40%가 비타민제 등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장량 이상의 영양소는 몸안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 몸은 이를 부담스런 약물쯤으로 간주한다.

어떤 사람이 먹어야 하나=영양제는 맞춤처방을 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편식처럼 나쁜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에서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흡연 또는 상습 음주자,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대상이다. 담배를 피우면 몸안의 비타민C 농도가 감소하고, 알코올은 비타민 흡수와 이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몫의 영양을 섭취해야 하는 임산부와 수유 여성, 그리고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도 영양제 복용이 도움이 된다. 자주 피곤을 호소하고 기운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에겐 철분제가 알맞다. 철분은 각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의 원료다. 이 미네랄이 결핍되면 산소 공급이 어려워진다. 수험생도 두뇌에 산소를 원활히 공급해주려면 철분 공급이 필요하다. 생리나 임신 중인 여성,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운동선수, 채식주의자에게도 철분제를 권한다.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폐경 여성은 칼슘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칼슘은 뼈를 튼튼히 하는 미네랄이기 때문이다. 신경 과민.불면증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도 칼슘제가 추천된다. 칼슘은 뇌와 신경을 이완시켜 숙면을 돕는다. 암 등 성인병 예방과 노화의 지연을 원한다면 베타카로틴.비타민 C.E 등 항산화 비타민이 효과적이다. 피임약을 복용한 후 우울증에 빠졌다면 비타민B6가 약이다. 아연은 '성생활 미네랄'로 통하며, 셀레늄은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 지나치면 역효과=밥 잘 먹고 건강한 사람은 영양제가 따로 필요없다. 영양제는 남으면 배설되거나 몸에서 부작용을 일으킨다.

예컨대 몸의 요구량 이상으로 섭취된 아미노산은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B.C) 의 경우도 많이 섭취하면 남는 것이 소변을 통해 배설된다. 다만 비타민C를 하루 1g 이상 섭취하면 설사.복통.결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지방에 녹아 우리 몸에 오래 남는 지용성 비타민(A.D.E)이다. 이 비타민들은 결핍보다 과잉 섭취의 부작용(비타민A는 두통.피로, 비타민D는 신장결석.신부전, 비타민E는 설사.두통 등 유발)이 더 흔하다. 칼슘 보충제를 하루 1g 이상 복용하는 것도 곤란하다. 이 경우 출혈이 생기고 뼈가 약해지는 칼슘 중독에 걸릴 수 있다. 요즘 암 예방 미네랄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셀레늄도 과잉 섭취시 동물실험에서 독성을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 하루 2백㎍ 이상 먹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

◇ 잘 먹는 요령=영양제도 약이므로 다른 약들과 상호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심장병.뇌졸중 등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비타민K를 복용하면 출혈의 위험성이 커진다. 또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을 복용할 때는 비타민D와 함께 먹어야 체내 흡수율을 높인다.

철분제는 칼슘제나 칼슘이 든 우유.제산제 등과 함께 복용하면 몸에 잘 흡수되지 않으므로 두 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 철분은 복용 중 변이 검게 변할 수 있으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철분은 공복시에 흡수가 잘 되지만 위장장애가 올 수 있으므로 식후에 먹는 것이 안전하다.

비타민제 등 영양제는 식후에 충분한 물과 함께, 매일 같은 시간대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유.커피와는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도움말 주신 분 :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샛별 교수, 한림대 성심병원 이은경 약제과장,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김철환 교수, 고대 안암병원 김경주 영양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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