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아름다운 두 노병] 이을용 "나를 따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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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원정 포항전으로 K-리그에 복귀한 '투르크 전사' 이을용(사진(右))은 데뷔 첫날부터 팀의 맏형으로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특히 6일 부산 아이콘스와의 홈경기에서 이을용의 지휘는 돋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선 이을용은 중원에서 쉴 새 없이 이곳저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어린 수비수들의 위치를 조정해줬다.

안양의 코칭 스태프들이 "오늘 을용이의 손은 발만큼이나 바빴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이을용은 지휘에 골몰했다. 입도 쉬지 않았다. 후배들이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하면 박수를 치며 큰소리로 격려했고, 미진한 구석이 있으면 꾸짖기도 했다.

안양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12개 구단 중 가장 적은 25.62세. 게다가 주전급 선수 7명이 올림픽대표일 정도로 젊은 팀이다. 이 때문에 선제골을 얻고도 허둥대다 경기를 그르치거나, 젊은 혈기만 앞세우다 지레 진을 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을용은 경기 흐름을 통제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너무 앞서가거나 뒤처지는 것을 막았다. 특히 수비수들은 이을용의 지휘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전 첫 득점도 이을용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전반 29분, 이을용의 프리킥은 세번의 시도 끝에 결국 첫 골로 이어졌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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