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세계화” 연설 5일 만에 … 구글 우회접속도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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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 정부가 중국 내에서 구글·페이스북 등 주요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우회경로마저 법으로 차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세계화와 개방’을 강조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자 중국의 ‘이중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휴일인 지난 22일 웹사이트에 올린 통지문에서 “현 시점부터 2018년 3월 31일까지 사전 승인 없는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를 인정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불법 인터넷 접속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승인 안된 사설망 대대적 단속
가을 전대 앞두고 언론통제 분석

중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방화벽을 우회하는 VPN 서비스가 필수다.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판단되는 국내외 웹사이트 수천 개를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검열 모니터링 기구인 그레이트파이어에 따르면 구글·페이스북·유튜브·인스타그램·트위터 등 세계 상위 사이트 1000개 가운데 135개가 중국에서 접속 불가다. 한국의 카카오톡과 라인도 “테러조직들이 모바일 메신저로 음모나 선동을 일삼고 폭탄을 제조하는 방법을 유포한다”는 이유로 2014년 7월부터 접속이 차단됐다. 이 때문에 7억3000만 명이 넘는 중국 네티즌은 물론 중국 내 외국계 기업, 유학생, 주재원들도 유·무료 VPN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14개월 동안 중국에서 VPN 서비스를 제공해 온 사업자들을 불법화하면서 사실상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이 어렵게 됐다. 난징에 사는 장밍하오(35·가명)는 24일 본지 통화에서 “매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데 벌써부터 기존 무료 VPN은 접속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단속에 대해 중국 당국은 “인터넷 접속 시장에서 무허가 영업 등 무질서한 위법행위가 나타나고 있어 규범과 정돈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명분일 뿐 올가을 제19차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벌이는 언론·사상 통제라는 시각이 많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어두운 방 안에 자신을 가두는 행위’라고 반대했던 시진핑이 포럼이 끝나기가 무섭게 중국 네티즌들을 방 안에 가뒀다”고 전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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