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멕시코와 NAFTA 재협상” 시무식서 공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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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려했던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취임 사흘만에 시작된 셈이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참모진들과의 시무식에서 “NAFTA와 이민문제, 국경에서의 치안문제에 대해 멕시코·캐나다 정상과 만나 협상을 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공약을 발빠르게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정권 초반에 자신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도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강력한 보호무역을 주장하면서 “NAFTA는 재앙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취임 100일 내에 NAFTA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홈피 “거부하면 협정 폐기
모든 수단 동원 불공정 시정할 것”

자동차 등 미국 내서 생산 압박
제조업 살려 일자리 만들기 의도

NAFTA는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1994년 발효됐다. 트럼프는 NAFTA로 인해 미국의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는 등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21일 엔리케 페냐 멕시코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NAFTA와 관련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페냐 멕시코 대통령과는 오는 31일, 트뤼도 총리와는 회담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금명간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국정기조에서도 강력한 보호무역 기조를 읽을 수 있다. “만약 우리의 파트너(국가)들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공정한 재협상을 거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NAFTA를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정 위반사례를 전부 찾아내 이를 시정하기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조치를 취하는데 모든 수단을 사용하라’는 지시를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내릴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한 재협상을 한다면 미국은 물론이고 캐나다, 멕시코에도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리트저널(WSJ)은 22일 트럼프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NAFTA 규정 중 자동차산업과 관련한 부분에 손을 대려고 한다”며 “보다 많은 자동차를 북미지역에서 생산하도록 요구하면서 그 중 대부분을 미국 내 생산을 의무화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AFTA 폐기’ 카드를 내밀면서 결국 트럼프가 가장 중시하는 미국 제조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얻어내겠다는 계산이다.

트럼프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로 압박하자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는 대응 마련에 분주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들이 22일 전화통화를 하고 북미 경제통합을 증진하는 데 힘을 모으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NAFTA는 상대국의 일방적인 통보만으로도 재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재협상 개시 후 180일까지 성과가 없을 경우엔 협상은 폐기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무역협정 위반사례를 전부 찾아내라”는 트럼프의 지시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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