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10대는 백신 접종, 20대부턴 정기검진 … 자궁경부암 예방 ‘정답’

중앙일보

입력 2017.01.23 00:01

업데이트 2017.01.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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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에 ‘절대’란 없다. 아무리 젊고 건강해도 치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할 수만 있다면 예방이 최선이다. 암 중에서도 자궁경부암은 예방 모범답안이 정해진 암이다. 예방백신이 있어서다. 정부는 자궁경부암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해 ‘10대 예방접종, 20대 정기검진’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병에 대한 관심은 본인은 물론 미래의 배우자와 아이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자궁경부암의 원인과 예방법을 소개한다.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만 12세) 여아는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접종 대상자다. 한 여아가 겨울방학을 맞아 병원에서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만 12세) 여아는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접종 대상자다. 한 여아가 겨울방학을 맞아 병원에서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고 있다.

성관계 때 바이러스 감염
증상 느낄 땐 치료 어려워
예방, 조기 진단이 중요

만 12세 무료 예방접종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경부)에 생기는 암이다.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주원인이다.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의 10%가 감염될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다. 감염된 사람의 70~80%는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2년 내에 바이러스가 자연히 사라진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바이러스가 연약한 자궁 조직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면서 암을 유발한다.

20, 30대 환자 많아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3300명의 자궁경부암 환자가 발생하고 900여 명이 사망한다. 초기 증상이 없고 이상 증상(과도한 질 분비물과 출혈, 통증)을 느낄 땐 이미 전이돼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30대 젊은층도 안심할 순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 자궁경부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7%(2015년 기준)에 불과하지만 20, 30대에서는 이 비율이 각각 11.9%와 14.9%로 높아진다. 빨라진 성 경험, 건강에 대한 무관심과 방심이 암을 키우는 것이다.

정부도 자궁경부암의 예방·조기진단의 중요성을 인지해 지난해에만 두 개의 굵직한 정책을 발표했다.

먼저 검진 연령을 확대했다. 정부는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5대 암(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검진 비용을 지원한다. 이 중 기존 만 30세 이상이었던 자궁경부암 검진 연령을 만 2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성인 여성은 2년마다 무료로 자궁경부암 검사(자궁경부세포검사)를 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진행이 느려 정상 조직이 암이 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린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시켰다. 자궁경부암은 현재까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이다. 발병률과 사망률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바로 백신이다.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은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유럽의약품청(EMA)이 이미 자궁경부암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했다”며 “세계 65개 국가에서 이를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정했고, 영국과 호주의 접종률은 80% 이상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정된 자궁경부암 백신은 2가 백신과 4가 백신 등 두 가지다. 백신 앞에 붙은 ‘가’라는 표현은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 유형의 가짓수를 의미한다. 예컨대 2가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 16·18형을 예방한다. 4가는 HPV 16·18형에 곤지름(생식기 사마귀)의 원인인 HPV 6·11 형이 포함된 것으로 2가보다 예방 범위가 넓다. 자궁경부암의 70%는 HPV 16·18형이 일으킨다. 이를 막으면 그만큼 암 발생 가능성은 작아진다.

겨울방학이 예방접종 적기

자궁경부암 백신은 만 10세 전후에 맞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면역반응이 활발해 항체(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단백질) 형성률이 높기 때문이다. 마상혁 과장은 “9~13세의 경우 2회 접종만으로도 충분한 면역효과가 나타난다”며 “이후 접종하면 같은 수준의 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 3회를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7~2011년 캐나다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 따르면 9~13세에 두 번 접종을 받은 그룹의 항체 생성 수준이 16~26세 때 세 번 접종을 받은 그룹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만 12세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접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2004년 1월 1일부터 2005년 12월 31일 사이 태어난 여아(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가 대상이다. 2004년생은 올해 12월까지, 2005년생은 내년 말까지 1차 접종을 완료하면 6개월 후 2차 예방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자비를 들여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비용은 1회 15만~18만원 선이다. 마상혁 과장은 “겨울방학에 접종을 완료하면 여름방학에 2차 접종을 받으면 돼 기억하기 쉽다”고 조언했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에 대한 학생과 보호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질병관리본부 설문조사 결과 여학생(접종자)의 95.8%, 보호자의 94.6%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마 과장은 “통증·미주신경실조증 등 자궁경부암 백신의 이상반응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고 해외 사례도 백신과 연관성이 없는 게 대부분”이라며 “백신 접종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글=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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