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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구설에 집안 싸움까지…“초보 이미지 벗고 리더십 보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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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0일 국회 본청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0일 국회 본청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열흘 만에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2일 귀국 후 곧바로 전국을 도는 강행군에 나섰지만 정치 초보적 언행이 잇따르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캠프 내부에서도 주도권 다툼이 격화되면서 갈등이 날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내우외환’ 휩싸인 반기문 전 총장

지난 18일엔 위안부 합의 관련 발언에 대한 질문에 “나쁜 놈들”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가 여론의 비난을 샀다. 반 전 총장이 취재진 앞에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두언 전 의원도 “잔매에 골병드는 법”이라며 “반 전 총장의 강점은 유엔 사무총장 출신으로서 무게감인데 실수가 반복되면서 이미지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전적으로 힘들다”는 지난 16일 반 전 총장의 토로도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당적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는 발언엔 곧바로 “신당 창당은 물 건너간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캠프 관계자들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공개 석상에서 금전적 압박을 얘기한 것은 정치 초보이자 아마추어라는 걸 드러낸 말실수”라며 “귀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은 자칫 유약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고 우려했다.

위기는 캠프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원조직인 마포팀 내부의 알력 다툼이 대표적이다. 김숙 전 대사가 이끄는 외교팀과 곽승준 고려대 교수 등 이명박(MB)계 출신 정치인 그룹의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결국 곽 교수는 20일 중도 하차를 선언하고 캠프를 떠났다. 반 전 총장과 가까운 외교관들끼리 “내가 컨트롤타워를 맡겠다”며 주도권 경쟁을 벌인다는 얘기도 캠프 주변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 주변에서는 “충분히 극복하고 정리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은 “유엔 사무총장을 10년간 지냈다는 점에서 정치력은 이미 검증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안팎의 문제들도 조만간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유엔 사무총장 시절 521차례나 해외 순방에 나섰다는 설명에 “단련됐겠어”라며 반 전 총장에게 힘을 실어 줬다.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이 더 늦기 전에 캠프 안팎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초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 주는 행보에 나설 계획”이라며 “노무현 정부 인사들까지 포용하는 등 캠프 진용도 한층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주 중 대선 출마를 공식화해 설 민심을 공략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정용환 기자 cheong.yongw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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