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블랙리스트 범죄의 몸통은 대통령이다"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1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범죄의 몸통은 바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장관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 주도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은 세월호 참사 한 달 후 박 대통령의 지시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헌법을 수호해야할 대통령이 헌법이 명시한 표현의 자유를 근본부터 유린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할 사유 가운데 이 사안이 가장 심각하고도 위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과 양심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이요 근간인데 현 정부는 이를 송두리째 뒤흔든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위험한 자'라는 낙인을 찍었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이스라엘의 정치인 나탄 샤란스키가 '누구든지 광장 한 가운데로 나아가 사람들 앞에서 체포·구금·물리적 위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견해를 발표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자유사회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렇지 못한 사회라면 그 사회는 공포사회다'라고 발언한 것을 인용하며 “생각한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어느 쪽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구속을 계기로 다시는 블랙리스트 망령이 재현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며 “자유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다음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 전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부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특검은 세월호 참사 한 달 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범죄의 몸통은 바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입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이 명시한 표현의 자유를, 근본부터 유린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사유들 가운데, 저는 이 사안이 가장 심각하고도 위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표현과 양심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이요 근간입니다.
현 정부는 이를 송두리째 뒤흔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대통령의 지시로 비서실이 직접 나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이 문건엔 이른바 ‘찍힌’ 이유들도 적혀 있습니다.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 의혹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들 인사들에겐 정부 예산의 지원을 틀어막았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위험한 자’라는 낙인을 찍은 것입니다.
나탄 샤란스키는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누구든지 광장 한가운데로 나가 사람들 앞에서 체포, 구금, 물리적 위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견해를 발표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자유사회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공포사회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어느 쪽에 있는 겁니까?
우리는 생각한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근혜 정권은 대한민국의 시계를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켰습니다.
겉으로는 문화를 융성하겠다며 실제론 추악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인간의 권리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자유를 갖는 것입니다.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은 그렇게 표현의 자유를 선언했습니다.
미국의 매카시즘은 1950년대에 일어난 일입니다.
1996년 10월 4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와 관련해 선언했습니다.
'검열은 위헌이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가 오랜 싸움 끝에 지켜낸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이번 구속을 계기로 다시는 블랙리스트 망령이 재현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습니다.
자유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자유, 공정, 책임! 지금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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