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자여인 타살 가능성 있다|머리에 외상, 반항한 흔적도 있어 주변인물들 주요부분엔 묵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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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 용인 주오대양 박순자사장(48·여)등 32명의 떼죽음사건은 발생 4일이 지나도록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많아 검찰· 경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32명 모두가 숨졌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정확히 밝힐 수 없다고는 하지만 「현장은 가장 확실한 증거」라는 점에서 현장에서 나타난 의문점들을 살펴본다.
◇자살여부=부검결과 박사장의 머리에 둔기로 맞은 상처가 4곳, 무릎에 시퍼런 멍 2곳이 발견돼 박사장이 숨지기 전 반항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머리 상처 중 한군데는 심하게 맞은 듯 깊은 뇌출혈 상태였다. 부검팀은 사체근육경색·부패정도로 보아 박사장이 가장 빨라 공장장 이경수씨보다 10시간 먼저 숨진 것으로 단정했으나 박사장이 자살을 자청했다면 외상이 남아있다는 게 의문이며 반항하다 가장 먼저 타살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박사장은 죽기 전날인 28일 감기가 걸렸다고 약을 사오도록 지시한 점으로 미루어 자살할 의사는 없었을 가능성이 많다.
이밖에 변사체가 A그룹19구,B그룹 13구 등 두 군데로 나뉘어 발견된 것도 의문. A그룹 19구는 모두 두 손발이 묶인 채 입· 코에는 휴지로 막혀있었고 목이 옷가지 찢은 헝겊 등으로 무성의하게, 그러나 단단히 졸라매어 있었다. 그러나 B그룹 13구는 손발이 묶이지 않았고 입·코가 휴지로 막혀있지 않았으며 목도 졸린 흔적은 있으나 목조르기에 쓰인 끈은 매여있지 않았고 푸른색 깨끗한 끈3개가 옆에 놓여있었다.
특히 A그룹은 모두 보모·주방종업원·청소원등 허드렛일을 하던 사람들이었고 B그룹은 박사장과 자녀·공장장 등 채무(원금)액이 많은 사람들로 대부분 대졸자, 또는 대학재학생인 것도 주목거리. 숨진 상태나 이들의 회사 내 위치로 보아 B그룹이 A그룹을 집단적으로 죽이고 B그룹만 별도의 「죽음의 의식」을 가졌을 가능성도 있다.
◇천장생활 의문=천장 위에서 베니어(1×7m크기 3개)가 아닌 다른곳을 밟으면 밑으로 빠지게 되어있다. 그밖에 돌아다닐 수 있는 통로는 시멘트벽뿐이다.
다른 곳은 스티로폴만 깔려있어 밟거나 앉거나 누울 수가 없는 실정. 사체를 베니어위에 올려놓아도 2중3중으로 쌓일 지경인데 산사람 32명이 1주일동안3장의 베니어위에서 생활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잠잘 때도 2∼3중으로 포개 잤다고 설명할 수 있을까.
또 실제로 천장이 뚫린 흔적은 가로4Om, 세로 80m크기의 보도 2장 뿐으로 이 보드는 천장바깥에서 드라이버로 죄게 되어있는데도 사건 후 드라이버가 천장 위에서 발견된 것도 이상하다.
베니어 3장을 밑에서 갖고 올라가 잠자리를 마련했다면 보도2장을 뜯어낸 40×80cm의 좀은 구멍으로 어떻게 1×7m짜리 큰베니어를 옮겨 갈 수 있었을까.
1주일동안 32명이 단 한번도 베니어 바깥부분을 밟지 않았다는 것도 (한번이라도 밟으면 밑으로 빠진 흔적이 남게 된다) 납득이 안 간다.
◇사망자의 옷·신발=사망자들은 모두 잠옷·트레이닝 차림이었고 이들이 입었던 옷은 사체 옆에서 무더기로 발견됐으며 일부는 목 조르는데 사용됐다.
또 이들의 신발은 한데 모아져 옆 건물 창고에서 발견됐다.
신발은 천장 한 폭에 숨겨 두어도 가능하고 옷은 남녀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잠옷보다 평상복이 훨씬 자연스러운 일.
결국 이들은 이탈이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밖으로 나다닐 수 없도록 신발을 감추고 잠옷으로 통일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발견=변사발생 하루만인 30일하오3시쯤 박사장의 승용차 (푸른색 포니 엑셀)가 경기도안성에서 발견됐다. 수사결과 차량의 손잡이에서 박사장의 지문이 발견됐고 번호 판이 떨어져 나갔을 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경찰은 차량의 발견장소·시간으로 미루어 또 다른 박사장 추종자가 이 차를 타고 달아나다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이 추종자는 누구이고, 몇 명이며, 32명의 떼죽음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주변인물의 엇갈린 진술=32명에게 주먹밥을 넣어준 김영희씨 (32·여)와 발견자 김영자씨 (41· 여),박사장의 남편 이기정씨 등의 진술이 엇갈린 부분이 많고 주요부분에서는 모두 『모른다』고 입을 다물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용인공장에 32명이 도착한 날짜 ▲이기정씨 에게 맞아 입원한 정화진씨 (42· 여· 잡부) 의 폭행당한 경위 ▲32명의 1주일간 천장생활 실태 ▲외부에서 천장으로 올려보낸 물품 등으로 특히 이들의 사망에 간접원인이 된 약품들을 누가, 언제, 어떻게, 어디서 구했는가도 밝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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