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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정보, 권력의 전복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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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김태훈 옮김
동아시아
656쪽, 2만5000원

돈과 권력 뛰어넘는 수퍼파워
기득권자 바꾸는 혁명 주체로
비트코인의 기반기술 블록체인은
인공지능 능가할 ‘창조적 파괴’ 예고

블록체인 혁명
돈 탭스콧·
알렉스 탭스콧 지음
박지훈 옮김, 을유문화사
588쪽, 2만5000원

“시간은 돈이다.”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1748년에 한 이 말은 오늘도 유효하다. 우리는 이제 ‘정보=돈’ ‘정보=권력’를 넘어 ‘정보는 모든 것’이란 말이 세태를 축약하는 정보시대에 살고 있다.

『인포메이션』과 『블록체인 혁명』은 정보시대의 길잡이다. 『인포메이션』은 ‘정보를 중심으로 본 세계사’다. 『블록체인 혁명』은 정보시대의 가까운 미래를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살폈다. 두 책의 저자는 모두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검증된 베스트셀러 작가다. 글릭의 전작 『카오스』(2013)는 ‘나비 효과’를 일반 개념으로 만들었다. 탭스콧의 『위키노믹스』(2006)는 인터넷에 담긴 글로벌 협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중서면서도 두 책 모두 감수자가 필요할 정도로 전문적이다.

『인포메이션』의 저자는 역사를 “스스로에 대해 자각하게 되어가는 정보의 스토리”로 정의한다. 책은 순서와 무관하게 읽을 수 있다. 아프리카 드럼, 글의 발명, 플라톤·도킨스·모스와 같은 인물들, 수학적·과학적 난제들이 풀리는 과정이 등장하는 가운데 정보를 새롭게 보게 만든다.

1930년대 MIT의 미분 해석기(Differential Analyzer). 축·바퀴를 돌리며 미분방정식을 푸는 기계로 이후의 정보처리 혁명을 예고한다. [사진 동아시아]

1930년대 MIT의 미분 해석기(Differential Analyzer). 축·바퀴를 돌리며 미분방정식을 푸는 기계로 이후의 정보처리 혁명을 예고한다. [사진 동아시아]

가장 중요한 등장 인물은 『커뮤니케이션의 수학적 이론』(1945)으로 정보 이론의 창시자가 된 클로드 섀넌(1916~2001)이다. 섀넌은 의미와 정보를 분리했다. 의미에서 분리된 정보는 전달의 효율성이 극대화됐고, 결과는 이 책에서 역사·이론과 더불어 3대 주제인 정보의 홍수다. 『인포메이션』은 ‘의미의 귀환’을 다룬 에필로그로 끝난다.

『블록체인 혁명』은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최초의 대중서다. 부자지간인 저자들은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이 ‘가치의 바다’ 즉 ‘돈의 바다’로 바뀔 가능성을 설명한다.

인공지능(AI)이 구조화된 모든 인간 행동을 수행할 수 있듯이, 블록체인은 코드화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공공 거래 원장’에 기록할 수 있다. 원장(元帳, ledger)은 은행·사업체 등에서 거래 내역을 적은 장부다. 각종 증명서, 등기부등본, 금융·의료·보험에서 투표까지 블록체인이 등장하게 된다. 에스토니아는 이미 국민의 출생·사망·혼인 기록을 블록체인으로 처리하고 있다. 저자들은 ‘만물 원장(The Ledger of Everything)’으로도 불리는 블록체인을 ‘월드와이드레저(World Wide Ledger)’라고 표현한다.

저자들은 익명성·공개성·신뢰성·보안성·투명성·분산성·불역성(不易性)을 특징으로 하는 블록체인이 슘페터(1883~1950)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면에서 인공지능·사물인터넷보다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10년 내로 세계 GDP의 10%가 블록체인에 저장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블록체인은 P2P(개인 대 개인) 거래를 인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은행 같은 모든 ‘중간자’를 불필요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미 블록체인을 적용한 앱으로 중계은행을 거치지 않고 송금을 할 수 있다. 우버(Uber)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식으로 만들 수 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국가소멸론’도 대두했다.

정보는 기득권자를 교체하는 혁명이다. 새로운 승자와 패자가 누가 될지 『인포메이션』과 『블록체인 혁명』은 힌트를 준다.

[S BOX] 아프리카 북소리 통신, 1시간에 160㎞ 도달

『인포메이션』은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부족들이 북을 사용해 정보를 교환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유럽 탐험가들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보니 주민들은 이미 그들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을마다 ‘북소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있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북소리에 담긴 메시지를 해석할 수 있었다. 북소리 통신문은 릴레이 방식으로 1시간 내에 160km 거리에 도달할 수 있었다. 20세기 중반 이후 북소리 커뮤니케이션이 점차 사라졌다. 봉화(烽火)가 사라진 것처럼. 마을 사람들은 북소리 ‘독해’ 능력을 상실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북소리가 아니라 글을 배웠다. 마을에는 전화가 들어왔다. 정보를 조직하는 구식 방법은 신식 방법으로 항상 교체된다. 교체는 예상밖의 결과를 낳는다. 전신의 발명은 ‘신문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전망도 있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은 전화가 음악이나 설교를 전달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다가올 또다른 정보혁명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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