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시비 전화|이춘성 <경제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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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신문사에는 예의를 생략한 무례한 전화가 적잖게 걸려온다.
『왜 특정주식을 부각시키느냐』는 비난조의 내용이 있는가하면,『기자들이 무슨 권리로 특정인물을 대통령 후보감이니 뭐니 하는 건방진 짓거리를 하느냐』며『가만 두지 않겠다』 는 협박도 끼어 있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독자들이 신문사에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독자들이 신문에 대해 감시의 눈길을 풀지 않고 있다는 산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전화를 거는 경우 신문에 대해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는게 아니라 기사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같지 않다고 해서, 또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시비나 화풀이용으로 이용하는데 문제가 있다.
고의적으로 시비를 걸고 화풀이를 해대기 위해 거는 전화이니 내용은 차치하고 그 언행이 고울 리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서두부터 대뜸 반말지거리를 해대다가는 곧이어 점잖고 교양 있는 독자라면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각종 욕지거리로 말을 이어 나간다.
『기자면 기자지 너희들이 국민을 대표하느냐』는 핀잔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처럼 상식 있는 독자라면 아무리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 고해서 그 같은 무례한 언동을 감행(?)할 수 있을까에 생각이 미치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기자들은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고, 또 그 기사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정주식값이 떨어져 몇몇 사람이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해서 전화기부터 들것이 아니고, 특정인을 대통령후보로 밀어붙였다고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이익이나 입장 때문에 기사를 잘못 판단하지 않았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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