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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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헌협상에서「군의 정치적 중립」문제는 의외로 빨리 끝났다.그것 하나만으로도 정치인들은 좀어른스러워진것 같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사회에선 그런것이 시비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군 자체가 의연(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헌법절차에 따라 국민이 선택한 정부,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라면 군은 법이정하는 바에따라 군의 의무와충성을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정호용국방장관의 국회답변은 나무랄데 없는 모범 답안이다. 국민의 마음속 속기록에 오래 오래 남겨둘 말이다.
▼사성장군의 군복을 벗고 야에 묻혀 사는 노장. 제5공화국의 문전에서 역사의 회오리를 몸으로 겪은 정승화 전육군참모총장의 말은 좀더 피부에 와 닿는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국민들은 충분히 민주주의를 할수 있는수준으로 성숙되어 있고 군보다민간부문이 훨씬 더 발전해 있다. 이럴때 군이 또다시 정치판에 뛰어들면 경제는 퇴보하고 정부는 국제적으로 고립될 것이다』
▼하루 하루가 숨가쁜 8월이었다.『시간은 가장 위대한 개혁자』라고 말한 철학자가 있었다. 숨가쁨 속에서 그 시간의 목을 조르는 말들.
『우리의 최종안에 대한「예스,노」만 듣고 오겠다. 꼭 10분만에 돌아오겠다.』옥포 대우조선의 노사분규가 절정에이르렀을 무렵 민주노조위원장은 후퇴와 같은 박수를 뒤로 두고 협상 테이블로 향하며 한말이었다.10분
장자의 말이 생각난다.『달걀을 보고 새벽 알리기를 바란다』(견난이구시야) .
이제 길고 긴 민주화시대를 살아가려면 우리는 먼저 협상과타협의 기술부터 터득해야 할것 같다.
▼미국 노동생의 한 관계자가 한 말도 인상적이다.『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근로자 요구에 밀려 기업이 쓰러지는 경우도 많지 않았고, 반대로 근로자도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다 대량실업을 경험한 일도 없었으므로이번 일들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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