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점거·폭력의 난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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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이 무법천지를 방불게하는 폭력은 무엇을,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끝도없이 계속되는 노사분규와폭력·과격화 현상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불안과 초조와 우려뿐이다.
그동안 노사분규는 올해들어 2천건을 넘어섰지만 타결된 경우를제외하고는 판에 박은듯이 회사기물파손과 공로점거와 폭력으로 치닫고 있다.
아무리 오랫동안 기를 못 펴온 욕구불만의 분출이라고 해도그것이 공공질서의 테두리를 넘고,선의의 다수에게 불편을 강요하고, 무차별 파괴를 일삼는 경지에 이르러서는 이해와 동정과 공감을 가질수 없다.
전국 30여개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택시업계 분규만해도 파업에 동조하지 않는 택시를 부수고 그 운전기사와 승객을 구타했다. 시청과 파출소의 기물을 파손하고 통행을 차단하는가 하면 공공업무를 마비시키고 이를 취재하는 기자의 취재장비까지도 빼앗고 뭇매를 가하기도 했다.
경인지역의 어느 공장 농성근로자들은 고속도로를 막고, 불을질러 수시간씩 공로통행을 가로막고, 파출소에 화염병을 던지고,유리창을 부수는등 무인지경올 이루었다.
대우조선의 이석규씨 장례식에서 있었던 장지시비 또한 기막힌 일이다.시신을 놓고 처우개선문제를 다그치려 하고, 유족들의 간절한 소원도 막무가내로 외면했었다. 한폭에는 이런것을 부추기는 세력까지도 암약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때려부수고 불을지른 기물이나 시설은 모두가 국민의 재산이다. 비록 개인소유인 자기 집일지라도 마음대로 불을 지르거나 파괴하면 법에 저촉되는데 공공재견을 파괴하고공로를 점거해서 수많은 사람과차량의 통행을 막는 것은 어느경우에도 닿지 않는다.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이 아무리 정당하고 명분있는 요구일지라도 그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서로 무릎을 맞대고 양내에서 의논껏 해결하는 것이 순리지 주먹을휘둘러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어렵고도 고된 민주화의 대장정을 시작하고 있다. 국민은 그 길이 무너질세라,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며 앞으로앞으로 가고 있다. 여기에 폭력이 난무하고 먹구름이 가로막으면 장차 일은 어찌 되겠는가. 만의 하나라도 민주화노력 자체가 허사가 되고만다면 그때는무엇이 남겠는가.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앞도 가리지 않고 뛰어만 갈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며 가야할 곳을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공권력을 가진 정부도 값싼 인기만을 의식해 구경꾼의 임장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무책임과 신뢰는 구별되어야 하며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필시 위엄도 함께 잃게 된다.
위엄없는 정부를 두고 인기가있다고 할수는 더더구나 없다. 정부의 공권력은 평화와 안정을위해 국민이 맡겨준 것이다. 국민은 정부가 공권력을 폭력으로 휘두를 때는 가차없이 매도하지만공권력을 안정과 질서를 위해 사용하면 도리어 안도하고 신뢰한다. 오늘의 이 무법천지와도 같은 사태는 국민과 정부가 함께 잠재워야 할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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