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유가 1배럴 70달러 접근 … 왜 오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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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란.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정정이 불안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값은 배럴당 68.35달러로 70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8월 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멕시코만을 강타하는 바람에 한때 70달러를 넘긴 이후 최고치다. WTI 가격은 지난 한 주 동안 6.9% 상승했다. 영국 런던 원유시장의 3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20일 상승세를 이어가 배럴당 67.15달러에 달했다.

◆ 왜 오르나=국제정세의 불안으로 시장이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원유 공급 전망이 불투명하므로 유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란 핵 문제가 가장 큰 위협이다. 세계 4위의 원유 생산국인 이란은 평화적 목적으로 핵 에너지를 개발하겠다며 관련 시설 가동에 착수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 3국(영국.독일.프랑스)은 강력한 제재수단을 강구 중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금수조치 등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란은 제재조치가 취해질 경우 '석유'를 무기화할 태세다. 안보리에서 제재할 경우 하루 400만 배럴인 원유 생산량을 줄여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이란은 3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를 앞두고 회원국에 원유 생산량을 감축하자는 제안도 최근 내놨다.

8대 원유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도 문제다. '나이지리아 델타 해방운동'이란 무장세력은 최근 4명의 국제 석유사업자를 납치했다. 유전개발 현장도 공격했다. 이에 따라 대형 석유회사인 로열 더치 셸은 최근 하루 생산량을 22만 배럴 줄였다. 나이지리아 생산량(하루 240만 배럴)의 10%에 가까운 양이다. 나이지리아 석유노조는 무장세력에 대한 정부 조치가 미흡할 경우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원유 생산량은 더 줄지도 모른다.

오사마 빈 라덴의 미국에 대한 새로운 공격 준비설도 불안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원유생산량이 세계 7위인 베네수엘라의 '반미(反美) 에너지 연대'도 기름값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 유가 전망은=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란과 나이지리아 사태가 악화하면 유가는 언제든지 배럴당 7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원유 수요 증가율은 지난해의 1.3%보다 높은 2.2%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량이 조금만 줄어도 유가는 금세 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뮤얼 보드먼 미 에너지장관은 20일 "안보리의 대(對)이란 제재로 이란의 원유 생산이 줄어들 경우 OPEC의 다른 회원국들은 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의 증산 여력이 크지 않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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