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화법 벗어던진 반기문 "아주 화딱지가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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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아주 화딱지가 나~"
16일 밤 경남 김해시의 치킨집에서 기자들과 마주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내뱉은 말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그는 이렇게 반응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내가 ‘대통령되고나서라도 박연차 의혹이 맞다고 나오면 그만두겠다’ 고 발표하려고 했는데 변호사들이 ‘도움이 안된다’며 말리더라”고 소개했다. 또 “소송을 하려고 했더니 '그러면 소송 끝날때까지 계속 이름이 오르내리다 선거 끝난다'고 하더라”라고도 말했다. 그만큼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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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의 화법이 화끈하게 바뀌고 있다. ‘외교관 화법의 최고봉’으로 꼽혔던 그의 기름장어식 반반(半半)화법은 점차 사라지고 수다스러운 동네 할아버지의 소탈 화법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에게 '자금 부족'을 하소연하는 대목이 압권이었다. 그는 "그동안은 고용된 신세였는데 지금은 자동차 두 대, 운전수도 2명, 비서도 따로 고용하고 마포 사무실도 내 돈으로 직접 얻었다"며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것부터 빡빡한데, 꼭 돈 때문에 당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전적으로 힘들다. 모아놓은 돈 다 쓰고 있다"는 말도 했다. 참모들 사이에도 "유엔 사무총장까지 하신 분이 돈 이야기를 그렇게 자세하게 하시다니…"라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시시콜콜한 주제에도 반 전 총장은 기자들에게 설명을 자세히 하는 편이다. 시차적응 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때 하루에도 몇 곳을 다니는데 나는 어디를 가도 시차적응이 필요없다"며 "내 와이프(유순택 여사)는 시차적응 때문에 힘들어 하는 편이다. 어디를 가나 포도 안먹고 샐러드 안먹는다. 바나나는 괜찮다. 껍질을 까서 먹으니까"라고 말했다.

음주 습관에 대해선 "옛날엔 폭탄주 10잔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한다. 유엔 총장하고서 폭탄주를 안마셨더니 오히려 건강해졌다"고 했고, "잠은 4~5시간 잔다. 12시쯤자고 새벽 4시쯤 일어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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