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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물 만난 생수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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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국 70여개 업체가 100여개 브랜드 제품을 제조·판매하며 난립한다. 그런데도 매년 10%씩 시장규모가 커진다. 이런 시장이 또 있을까. 마시는 물 ‘생수’ 이야기다. 이러니 식음료 제조업체부터 유통기업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물장사’에 뛰어들고 있다.

정식품 심천수(左), 아워홈 지리산수(右)

정식품 심천수(左), 아워홈 지리산수(右)

베지밀로 잘 알려진 정식품은 16일 생수 제품인 ‘정식품 심천수’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리산 암반수로 만든 제품으로 0.5L와 2L, 2가지로 출시된다. 직접 제품을 제조하는 것은 아니고 지역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맡겨 11번가와 인터파크 등 온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연 10%씩 성장, 2L 생수 원가 100원
대기업 아워홈 이어 정식품도 출사표
1인 가구 늘며 시장 급속하게 확대
편의점도 자체 상표로 경쟁에 가세

정식품은 1967년 국내 최초의 두유 ‘베지밀’을 개발한 후 주로 두유 시장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전체 매출의 85%이 베지밀에서 나온다. 그런 정식품이 생수 시장에 뛰어든 것은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이동호 정식품 홍보팀장은 “1인 가구 증가와 웰빙 트렌드 확산으로 생수 시장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면서 “향후 오프라인 유통과 자체 제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생수 시장은 1995년 먹는물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생수 판매가 본격화된 이후 계속 성장세다. 한국샘물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은 지난 2005년 224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000억원에 육박했다. 10년새 4배로 커진 것이다. 업계는 2020년에는 1조원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IBK투자증권 김태호 연구원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네랄 함량이 높은 생수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1인 가구가 늘면서 생수를 사먹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가구중 27.1%(2015년) 정도인 1인 가구 비율은 2025년에 31.3%, 2035년에 34.3%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꾸준한 성장세에 힘입어 대기업까지 생수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형국이다. 지난해말 급식·식자재 유통업체인 아워홈은 자체브랜드(PB)인 ‘아워홈 지리산수’를 출시했다. 현재 자사 온라인몰인 아워홈몰에서 판매 중이다. 신세계푸드 역시 지난해 말 생수제조업체 제이원을 70억원에 인수해 제품 출시를 눈앞에 뒀다. 오리온도 생수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편의점은 일찌감치 PB제품으로 생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1인 가구가 주로 이용하는 편의점에서 생수는 연평균 20%씩 판매가 증가할 정도로 효자 상품이다. 실제로 CU의 PB 생수인 ‘헤이루 미네랄워터’는 지난해 삼다수 판매를 앞질렀고, GS25에서도 ‘유어스 맑은샘물’도 2년 연속 생수 부문 판매량 순위 2위에 올랐다.

생수 사업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데는 제조 원가가 낮다는 구조적 이유도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2L짜리 생수 한통에 인건비나 부대 비용을 제외하면 생수 한병에 수질개선부담금, 뚜껑, 병 값 정도의 원가가 들어가는데 다 합쳐봐야 대부분 100원 안팎에 불과하다”면서 “식음료 쪽에서 두자릿수 성장을 하는 제품이 드문데 원가까지 낮으니 뛰어들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신규 진입자와 기존 업체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연말에 국내 1위 ‘제주 삼다수’의 판권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삼다수는 1998년 출시 이후 생수 시장에서 부동의 1위(점유율 35%)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다.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해 위탁판매 업체를 선정한다. 올해까지 광동제약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공개입찰을 거쳐 한개 업체가 4년간 삼다수 위탄판매권을 거머쥔다.

2012년 삼다수 위탁판매 공모에는 광동제약을 비롯해 롯데칠성음료·코카콜라음료·아워홈·웅진식품·샘표식품·남양유업 등 7개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했다. 올해도 이런 경쟁이 재현될 조짐이다. 광동제약은 전체 매출의 30%(2015년 기준 1700억원)를 차지하는 삼다수 판권을 놓을 이유가 없다. 고배를 마신 업체 6곳도 대부분 재입찰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 전까지 계속 삼다수를 유통해오던 농심은 당시 판매권을 잃으며 삼다수에 미련을 버렸다. 대신 중국에 생수 공장을 세운 후 2012년말부터 백산수를 제조·판매해오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생수를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중국 공장에 지난해 2000억원을 투자했다”면서 “삼다수 판매권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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