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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 주문 취소 잇달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조선>
그렇지 않아도 구조적인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있는 조선업계의 노사분규는 생산감소에 따른 직접손실 외에도 수주감소 및 인도지연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격심한 노사분규로 지난 8일 하오부터 조업을 중단하고 있는 대우조선은 하루 조업중단으로 매출감소 30억원, 인건비 2억5천만원, 경상비용 6억원, 인도지연에 따른 추가금융비용 1억원 등 39억5천만원 씩을 고스란히 까먹고 있는 상태.
뿐만 아니라 노사분규가 계속되자 그동안 상담을 벌여온 노르웨이선주측이 12일 유조선2척 (6천2백만달러) 의 수주계약을 포기하고 그 대신 일본으로 도입선을 변경하겠다고 대우측에 통보하는 사례가 발생.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7∼10일 노사분규에 따른 휴업으로 뉴질랜드에 인도할 6천3백t급 시멘트운반선의 인도가 늦어지고 있으며 조공도 스웨덴선주에 인도할 9천7백t급 자동차운반선의인도가 지연.

<기계>
기계부문에는 대우중공업·삼성중공업·효성중공업·현대정공 등 굵직한 업체를 포함, 70여개업체가 분규에 휘말려 있거나 홍역을 치렀다.
기계공업은 자동차·선박·전자 등 거의 모든 산업에 관련을 맺고있기 때문에 그 파장도 그만큼 크다.
국내 디젤엔진의 80%를 공급하는 대우중공업의 조업중단은 그동안 이미 30억원의 생산감소를 가져온 외에 2백여 납품업체들에 자금 및 재고누증 압박을 가하고 있다.
(주)통일 ·기아기공·동우정기 등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조업중단은 현대자동차를 비롯, 대우·기아 등 자동차 3사를 스톱시켜 놓고있으며 이들 업체의 조업이 모두 정상화되지 않는 한 국내 자동차업계는 치명적 타격을 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회사측은 자동차의·수출불이행과 내수공급 중단 등을 우려, 주요부품의 수임을 검토하고 있으나 수임을 하는 경우에도 2∼6개월의 시일이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계 부품은 어느 한가지만 부족해도 전체조립이 불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광범하게 확산되고있는 기계업체의 분규는 국내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개발업체 등의 손실도 적지 않아 지난3일부터 분규를 겪은 현대정공은 그동안 90억원의 생산감소와 4백50만달러의 수출차질을 빚였고 삼성중공업은 하루 3억원씩의 생산차질을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
전자레인지와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금성사 창원1, 2공장이 지난 10일부터 휴업에 들어감으로써 금성사는 하루평균 16억원의 생산감소와 80만달러 어치의 수출차질을 빚고있다.
회사측은 15일까지 5일 정도 휴업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분규가 김해공장, 구미공장으로 번져 피해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12일 부터 분규가 시작된 구미공장은 16일까지 임시휴업에 들어가 하루평균 15억원의 생산감소와 1백40만달러 상당의 수출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성사가 휴업 기간중 보게되는 손실은 2백억원의 생산감소와 1천만달러정도의 수출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분규가 장기화되는 경우 금성사에 부품을 납품해오던 중소납품업체들이 타격을 보게 된다는 점.
현재 금성사 각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대략 8백개 업체에 달하고 있다.
금성사는 국내 조달부품도 대부분 20여일 이상재고를 확보해 둔데다가 내수용 가전제품의 경우성수기가 지나 당장 큰 영향은 미치지 않고 있으나 분규가 장기화될 경우연쇄 조업중단이 불가피해질 수 밖에 없다.

<신발>
그렇찮아도 자금난과 과잉시설로 허덕이던 부산신발업계가 노사분규에 휩쓸리면서 생산과 수출 및 하도급 업체의 조업단축 등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최대 메이커인 국제상사는 지난달 28일부터 16일간의 휴업으로 1백40만컬레 이상을 생산해내지 못했다. 이로 말미암아 이미 받아놓은 해외 주문량 7백억원 어치를 제때에 대지 못하고있으며 외국바이어들이 주문 취소한 것도 3백억원 어치에 달한다.
또 4백여 수급업체도 적찮은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가죽소요량의 80%를 공급하던 대전피혁은 그동안 국제의 휴업으로 적정재고의 2배 가까운90만평의 가죽이 재고로 남아 있으며 영세한 자재공급업체 50여곳은 회사문을 닫거나 문을 열어도 일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삼화도 10일부터 3일간의 조업중단으로 16만켤레 10억원 어치를 생산해 내지 못함으로써 12만3천켤레의 수출차질을 빚었다.
푸마와 아디다스제품을 전량 OEM (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생산하던 삼양통상도 지난5일부터4일간 휴업으로 3만6컨켤레를 만들지 못해 2억5천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삼미특수강의 생산중단으로 국내양식기·싱크대 등 주방용품 업계와 자동차부품업계·화학플랜트건설업계 등이 일시에 위협을 받고 있다.
삼미특수강은 현재 양식기·싱크대·스테인리스용접파이프 등의 원자재인 스테인리스강판 국내공급량의75%, 자동차머플러·베어링 등 기계용품의 원자재인 특수강봉선재의 80%, 화학플랜트 파이프라인에 쓰이는 무계목 (심리스) 강관의 1백%를 공급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 2천7백39억원 (86년 기준) 에 수출만 1억4천9백만달러어치.
이 회사가 지난 8일부터 조업을 중단한데 따라 스테인리스 강판의 경우 하루6백t, 특수강봉선재 6백t, 무계목강관 80t씩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측으로서도 하루 12억8천1백만원씩 그동안 52억원의 생산감소에 따른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회사가 분규에 휘말림으로써 이제까지 이곳으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던 관련 업체들이다.
철강업계는 이 회사 외에 삼미특수강의 계열회사인 삼미금속(단조품), 와이어로프 제조업체인 영흥철강, 파이프제조업체인 현대강관 등의 조업중단이 건설·기계부문 등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중소납품업체>
자동차·기계·조선 등 기간산업의 잇단 휴업사태로 관련 중소협력기업들마저 납품중단에 따른 자금난으로 연쇄 부도직전에 몰리는 상황이다.
자동차메이커들의 전면휴업으로 대부분 경남지역에 밀집한 자동차부품계열업체 5천6백여업체가 부품납품길이 막혀 조업을 중단하는 등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또 섬유업계도 원료난과 납품차질로 의류·봉제업 4천여개사도 경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노사분규가 장기화되면 특히 중소기업쪽에서 먼저 연쇄 도산현상이 벌어지고 그것이 신용공황의 상태로 악화될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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