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와 자제…순리로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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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진심과 진심이 마주치는데서 양보와 자제가 우러났고 양보와 자제는 두마음을 하나로 묶어 「합의」로 결실했다.
전국의 전산업장으로 산불마냥 번지는 노사분규의 소용돌이속에서 노사가 대화를 통해 새로운 약속을 맺어 분규를 끝내고 새출발에 나서는 바람직스런 성숙의 모습도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노사분규의 혼돈에 해결의 서광을 비추는 대화타협의 결실, 현장을 가본다.
『조합원 여러분, 많은 양보를 해줘서 감사합니다. 이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일할테니 여러분의 격려를 기대합니다.』 순간 2천여명의 농성근로자들 손에서 떠나갈 듯한 박수가 터져나왔다.
11일하오8시30분. 6일간의 파업·농성끝에 극적으로 노사합의가 이루어져 결정사항이 공개된 대우중공업 인천공장 (만석동)식당.
인사말에 나선 이경훈사장 (54) 은 종업원들을 「조합원」으로, 협조를 「격려」로 바꿔 표현하는 세심한 배려를 하며 근로자들의 애사심을 호소했다.
이에 앞서 유창렬 노조위원장은 노사간 합의된 10개항을 조목조목 낭독하고 『회사측이 10차에 걸쳐 협의하는 진지한 태도를 보였고 많은 것을 받아들여 우리도 다소양보를 했으니 이해를 바란다』고 경위를 설명, 박수로 조합원 전원의「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지난 4일부터 분규에 휩싸여 조업이 중단됐던 대우중공업 인천·창원·영등포·안양공장이 분규를 매듭짓고 13일부터 정상조업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12일 하루는 회사측의 배려에 따라 하루 준비를 위한 휴무.
하루 20억원의 매출감소, 4억원의 결손을 보며 몸살을 앓아온 대우중공업이 노사간 극적타결을 본것은 협상전권을 쥔 이사장이 노조대표들과 맞붙어 닷새동안 10차례에 걸쳐 끈질긴 협의를 진행하고 이에대해 노조측이 이해와 양보를 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사장이 노조측과 첫접촉을 가진것은 7일하오. 김우중회장과 미국출장중 4일 창원공장농성소식에 이어 6일 인천공장이 터지자 김회장으로부터 해결전권을 위임받고 당일로 귀국길에 나섰다. 이튿날에는 안양과 영등포공장에서 또농성이 시작됐다.
인천공장에서 이사장과 유조합장등 근로자대표 9명이 대좌했다. 근로자측은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5만원씩 올리고 ▲보너스를 4백%에서 6백%로 올리며 ▲호봉간임금격차를 65원에서 1백45원으로 올리는등 8개항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사장은 말했다.
『여러분의 요구는 모두 일리가 있다. 우리의 경제가 이만큼 나아진 것은 여러분의 노력과 힘이 절대적이었다. 회사는 사정이 별로 좋지 않지만 여러분의 요구를 성의껏 검토해 최대의 성의를 보이겠다. 여러분도 이점을 이해하고 협조를 바란다.』 이튿날 상오 회사측은 노조측과 똑같은 수의 협상대표 9명을 선정,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그리고 이날 3차례에 걸쳐 회의를 계속하면서 하나하나 의견교환을 해나갔다.
다시 이튿날인 9일도 아침부터 문을 걸어잠근채 마라톤회의를 했다. 이날부터 다소의 의견접근이 보이기 시작했다. 위해작업장의 근로조건개선·하기휴가를 2일에서 3일로 연장.
협의는 답보상태를 걷다가 11일 상오 「대타협」에 접근했다. 「이렇게 양쪽이 싸우다가는 해결날 전망이 없으니 양쪽에서 조금씩 양보하자」는 합의였다.
▲기본급은 5만원 인상에서 2만원인상으로 양쪽이 서로 양보하고 ▲상여금은 4백%를 그대로 두되 그룹전체의 인상률 조정때 반영하기로 노조측이 한발물러서고 ▲호봉간 임금격차조정은 직급당 35∼85원에서 1백10원으로 양쪽이 중간선을 취하자는 시안이 대표들간에 양해됐다.
양측은 11일상오 9차회의에서 이 안을 확인하고 다시 하오3시부터 7시까지 나머지 4개항을 확정, 「노조는 11일로 농성을 해제한다」는 조항을 삽입, 10개 합의사항을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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