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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증시에 몰려온다|3억5천만불…펀드시세 7배올라|이익금 송금않고 주식등에 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외국자본이 알게모르게 국내주식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직접투자할수 있게 해달라고 문을 세차게 노크하고 있다.
현재 국내주식시장은 외국인에게는 직접주식투자가 허용되지 않고있는 상태인데 국내증권회사에는 해외로부터 주식투자와 관련된 각종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4단계의 자본자유화중 해외전환사채 (CB) 등 외국인의 제한적인 자본투자를 허용하는 2단계에 와있는 우리증시의 실정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의 국내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한발앞서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국내주식시장에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3억5천5백만달러의 외국자본이 투자의 형태로 들어와있다.
코리아편드로 1억달러, 유러펀드로 3천만달러, 3개 투자신탁회사에서 취급하는 외국인전용수익증권으로 1억4천5백만달러와 이미 해외에서 발행된 CB중 삼성전자의 2천만달러, 대우중공업의 4천만달러, 유공의 2천만달러등이 그것.
여기에 금성사도 이달중 3천만달러의 CB를 발행케 되는데 이경우까지 합치면 모두3억8천5백만달러가 된다. 이는 국내주식시장규모 (7월24일 현재 싯가총액기준 21조4천9백48억원)의 약 1.45%를 차지하는 규모.
국내주식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외국돈은 많은데 아직까지 직접투자는 허용이 안되자 코리아 펀드, 유러펀드로 쏠려 가격의 폭등세를 보이고있는 것이다.
코리아펀드는 지난84년 처음으로 6천만달러어치가 발행됐는데 공모당시 12달러. 그것이 현재는 84달러선까지 폭등, 그동안 무려 7배나 뛰었으며 연초 (34달러) 에 비해서도 2·5배나 올라있다.
이처럼 국내주식관련의 펀드나 CB가격이 괄목할만한 폭등세를 보이는 이유는 외국인들이 국내증시를 매우 밝게 보기 때문이다.
전망을 좋게 보니까 돈이 몰려들고 돈이 몰려드니까 주식값이 올라가는 순환의 연속인셈인데 최근 주가의 지속적 상승이면에는 앞으로 외국자본이 많이 흘러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않게 뒷받침되고있는 것이다.
좀 과장된 얘기긴 하지만 국내 일부증권관계자들은 올 연말께는 주가가 지금보다 평균2배이상 올라 종합주가지수가 1천포인트선에 이르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말엔 적어도 지금의 1.5배수준인 7백포인트선까지는 무난히 갈수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국내에 진출해있는 외국기업들은 본국으로의 과실송금액을 줄이고 대신 증시쪽을 넘보고 있다. 해마다 과실송금액이 늘게되어 있는데도 실제는 그액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요즘같이 노사분규의 회오리속에서 한때 폭락세를 보이긴했지만 강한 상승세를 지속하고있는 것도 그러한 견해때문이다.
한은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5월말까지 국내진출 외국기업의 과실송금규모는 6천8백만달러로 작년 같은기간의 1억7백만달러보다 3천9백만달러, 36.4%가 줄어들었다.
국내금리가 외국보다 연율로 따져 4∼5%포인트가 높은데다 원화의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여서 이를 국내은행에 넣어두었다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주식투자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수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돈들의 대부분이 증시에 들어가 있을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행법상 6개월이상 국내에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은 합법적으로 국내주식에 대한 직접투자를 할수있기 때문이다.
국내진출 외국기업이 아니더라도 개인자격으로 투자하는 외국인들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해외교포들이 직접 또는 외국인들이 교포를 통해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케이스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D증권 강남지점의 한 관계자는 『2년전부터 거래해오는 호주출신의 투자자가 있다』 며 『본인이 직접 나서지않고 국내대리인의 명의를 빌어 투자를 일임하는 경우까지 합하면 장기체류외국인의 투자자수는 아마도 수백명에 이를것』 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증권감독원이 전국의 증권사를 대상으로 외국인구좌를 조사했을때 60명정도의 국내장기체류외국인들이 자신의 명의로 투자를 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이같은 합법적인 투자가 아니다.
직접 투자를 할수 없는 외국인들이 국내에 있는 친지나 거래선의 명의를 빌어 간접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5백억∼1천억원은 되리라는 얘기는 이미 증권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이같은 가명에 의한 의국인의 주식투자는 위법이며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올들어서만 국내증시는 주가가 평균 80% 가까이 상승한데 반해 뉴욕은 30.2%, 동경은 27%, 런던은 45% 상승에 그치고 있다.
국내증시의 자본자유화를 앞두고 세계적인 재태크붐이 국내증시를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당국은 지금과같은 때에 국내증시를 개방할 경우 외국자본이 물밀듯 들어와 국내증시가 크게 잠식당할 것을 우려, 자본자유화 일정을 다소 늦출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주가를 지금보다 한단계 레벨업시켜 놓은뒤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문제는 지금과 같은 부실주에 대한 투기성투자로 주가를 왜곡시키면서 종합주가지수만 올려놓는 일은 지양하는 일이라 할수있다.
결국 기업의 영업실적을 반영하고 장래성있는 우량주에 투자하는 자세가 자본자유화를 앞두고 있는 국내증시를 살리는 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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