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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악몽」 다시는 없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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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막장인생, 생계를 보장하라.』 『어용노조는 물러가고 기업주는 나와라.』 태백 탄전지대에 또다시 일촉즉발의 긴박감이 돌고있다. 7년전 사북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광원들의 노사분규가 연나흘째 계속 과격양상을 띠며 철도·국도를 점거해 광산촌의 교통이 마비되고 방화·기물파손등 폭력사태까지 잇따르고 있는 탄전지대.
10일하오7시쯤 태백시동점동 강원산업동점광업소.
전체 광원 1천8백여명중 5백여명은 영동선철도역을 점거, 1시간동안 영동선철도운행을 마비시켰다. 밤이 깊어지자 술취한듯 소리를 지르던 2∼3명의 광원들이 광업소 마당에 있던 15t트럭 1대와 1백50평짜리 목조자재창고에 화염병을 던지자 창고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광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 5백여명이 철암역으로 나가 철길에 주저앉았다.
때마침 역구내에 있던 철암발 우포행 화물열차에는 ▲도급제를 폐지하라 ▲어용노조 물러가라 등의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걸려있고 징을 치고 노래를 부르는 현장이 「6·229」전 학생시위와 흡사했다.
일부 술에 취한 광원들은 하오8시15분쯤 광업소로 몰려가 정문을 부순뒤 합숙소와 복지회관·신협점포등을 부순뒤 회사앞과 돌구지 광원사택 등지로 흩어졌다.
연간 80만t의 석탄을 생산하는 강원산업의 한간부는 광원들의 채탄중지·방화·기물파손등 과격행위에 4억여원의 피해를 봤다며 걱정했다.
지난9일 상오4시45분부터 고한역을 점거, 격렬한 시위를 벌였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광원1천2백여명이 11일 새벽 경찰에 강제 해산되기까지 만2일간 태백선철도를 점거, 마비시켰다.
8일 하오2시부터 광원8백50여명이 도급제페지등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간후 시위광원은 한때 2천여명으로 불어났고 철길위에 갱목을 쌓아 바리케이드를 친다음 경찰과 대치했으며 광원들 일부가 철길위에 가마니를 깔고 드러누워있자 광원 장명운씨(45) 등 나이든 사람들이 끌어내기도 했다. 장씨등은 『아무리 임금인상투쟁을 해도 열차운행을 막아서는 안된다』 며 젊은 광원들을 설득했다.
광원들은 진압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다가서면 잠시 밀렸다가 다시 몸싸움을 벌이며 태백선 철도와 고한∼사북간 국도의 교통을 막았다.
고한에서 5km떨어진 사북에서는 11일 상오8시부터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광원7백여명이 상여금인상등 8개항을 요구하며 이틀째 철야농성을 벌였다.
광원들의 격렬한 농성시위가 계속되자 시가지의 일부 상가들은 철시했고, 주민들은 지난80년4월 사북사태의 악몽을 되씹으며 긴장속에 있다.
이곳에서 국수집을 하는 박모씨 (49·여) 는 『이러다가 또다시 7년전과 같은 사태가 생기는것 아니냐』며 허탈한 모습.
태백역의 경우 하루 왕복16회의 여객열차와 46회의 화물열차가 3일동안 발이 묶여 이 철도를 이용하는 하루 5천여명의 승객들과 2만여t의 무연탄수송이 중단됐었다. 고한역도 하루 3천여명의 승객과 3만여t의 무연탄등 모든 화물수송이 막혔었다.
특히 태백과 고한·사북·영월방면을 드나들며 장사를 해온 상인들과 각급 직장인들이 고통을 겪었다.
계속되는 노사분규로 강원도내 19개 탄광들은 하루3만여t의 생산작업이 중단, 하루 10여억원 이상의 피해를 보고있는 가운데 갱도안전마저 뒤흔들리고있다.
지하갱도는 3일이상 방치할 경우 갱도 붕괴등 탄광사고를 피할 수 없기때문.
지난80년4월 사북소요때도 채탄작업이 중단된지 3일만에 「갱도만은 살리자」는 일부 광원들의 노력으로 격렬한 대치중에서도 갱도보수작업을 펴기도했었다.
한편 서울의 민족문제 연구소측은 11일 도계광업소 시위현장에서 연행된 20대 청년 3명이 민족문제연구소 직원이라고 밝힌데 대해 이들이 민족문제연구소직원이 아니며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 경찰에 이들의 신분을 밝혀주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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