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에서 1987년 민주화의 결정적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의 30주기 추모식과 함께 박근혜 정권퇴진 시국대회가 열렸다.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는 전두환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14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고문으로 숨졌다.
이날 오후 4시 부산진구 소민아트홀에서는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원, 박 열사의 모교인 혜광고 동문, 유가족과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영상 상영, 추도사, 추모시, 노래공연, 유족 인사 등이 진행됐다. 문정수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박 열사가 촉발한 민주주의가 아직 미완성의 과제로 남아 있다”며 “박 열사의 뜻을 받들어 법치가 이뤄지고, 함께 잘 사는 사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 열사의 아버지 정기 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르고 눈물을 닦으며 아들을 그리워 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이날 오후 6시 서면 중앙대로에서 시국대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오후 5시 진행된 사전행사에는 박 열사의 아버지와 누나 은숙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사전행사에선 박 열사 관련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누나 은숙씨는 박 열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너가 저 세상으로 떠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상황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지금 촛불을 든 시민의 뜨거운 열망이 꼭 성취되도록 저 세상에서나마 도와주기 바란다”고 울먹였다.
이어 열린 시국대회 참가자들은 “박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자”며 오후 7시30분부터 서면교차로~부암역~가야역~한신센터뷰까지 2.3㎞를 행진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