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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으로 번진 소녀상 건립 운동, 올해 70곳 넘어설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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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호 18면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철거·복구 사태를 계기로 소녀상 건립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말이면 국내에서만 소녀상 설치 장소가 70곳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북·동작구에선 추진위원회가 꾸려져 소녀상 건립이 한창이다. 전남 여수와 강원 춘천에선 모금운동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의회는 도민 모금운동을 통해 독도에 소녀상을 건립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표 참조>


평화비(平和碑) 혹은 정의비(正義碑)로 불리는 것까지 포함하면 국내 소녀상은 총 55개다. 2011년 12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이 시작이다. 치마저고리에 짧은 단발머리를 한 소녀상은 건립 초기 평화비로 불리다 ‘평화의 소녀상’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비석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분류하면 법적인 시비를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5년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한·일 관계의 쟁점으로 떠오르며 소녀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 2015년 한 해 동안 대전 보라매공원 등 24곳에 소녀상이 건립됐고 지난해에도 소녀상 20개가 새로 만들어졌다.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사태는 이런 흐름에 불을 붙인 격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소녀상을 철거한 부산 동구청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삼석 동구청장에겐 “일본 정부의 손발이 됐다”는 항의 전화가 지속적으로 걸려왔다. 여론에 떠밀린 구청장은 소녀상 설치를 사실상 허가했다. 이를 계기로 표심(票心)에 밀려 소녀상을 허가하는 지자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이달 17일 봄의광장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연다. 서천군청은 소녀상 설치에 반대했으나 부산 사태를 계기로 찬성으로 돌아섰다. 지자체의 반대로 답보 상태였던 대구에서도 올해 3월 소녀상이 설치될 전망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소녀상을 지도로 만드는 작업도 네티즌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가 이회진씨는 소녀상의 사진과 지도를 담은 책 『나비자리』를 올해 초 발간했다. 『나비자리』는 무상으로 배포된다. 이씨는 “소녀상은 설치 장소에 따라 재료와 표정이 제각각”이라며 “소녀상이 급증하면서 정확한 위치를 알고 싶다는 이들이 많아져 인터넷 후원을 통해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발전적 관계를 위해선 신중한 장소 선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시민들이 소녀상을 설치하고 역사적 교훈으로 남기는 건 좋은 일이지만 총영사관 담벼락 앞에 세운 것은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위안부 합의문에 명시된 ‘소녀상 문제를 적절히 해결한다’는 건 국가 간 약속으로 이행 책임이 한국에 있다. 소녀상 문제가 지한파에게도 혐한 감정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녀상 건립에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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