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보장제로 불필요한 고통 덜어줘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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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호 10면


지난 10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대성학원에서 B고 2학년 양모(18)군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국어 수업을 들었다. 양군의 집은 경기도. 이달 2일부터 매일 학원에 오기 위해 오전 6시30분쯤 집을 나선다. 예비 고3을 대상으로 하는 윈터스쿨이 문을 연 것이다. 그는 “학기 중 등교 때보다 더 일찍 나오는 게 가장 힘들다. 그래도 여기 오면 경쟁 같은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고2 수강생은 300여 명. 고은 국어강사는 수능 언어영역 중 기출 문제를 따로 엮은 책으로 수업을 했다. 양군은 “매일 오후 10시까지 8~9교시 수업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 그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한 수험생들은 일찌감치 재수를 선택한다. 이런 움직임은 재학생(현 고2)도 느낄 수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전년도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 학원가가 일찌감치 달궈진다”며 “고3 예비반 인원이 늘어나는 건 다른 학원에서도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2018학년도 수능 영어에서 절대평가가 처음으로 도입된다. 90점 이상만 받으면 1등급이 된다. 게다가 수능 출제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영어를 쉽게 출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험생들은 영어보다 국어나 수학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승현 정책위원장은 “그간 숱하게 입시제도를 손질했으나 수험생의 입시 고통과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현재처럼 치열한 경쟁, 촘촘한 선별에 의한 대학의 선발, 굳건한 대학서열이 존재하는 한 대입을 부분적으로 손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대학입학보장제’를 제안했다. 이 제도는 일정한 대학 수학 능력이 충족된 학생에 대해 대학 입학을 보장해줘 더 이상의 불필요한 경쟁과 고통을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입학보장 대학은 학문의 경쟁력을 갖춘 연구중심대학 7~10개와 작지만 특색 있는 강소 교육혁신대학 40~50개를 묶은 네트워크 대학으로 이뤄진다. 수험생이 이 네트워크 안에 든 대학 6곳을 지원하면 대학들은 공동으로 학생을 배정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서울대를 폐지하고 국공립대 통합캠퍼스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무한 경쟁을 빚고 있는 서열구도를 깨뜨리자는 측면에서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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