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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해결못할 일 없다"|어느 중소기업 겅영자가 최근 노사분규를 보는 시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정치의 민주화라는 시대적흐름에 따라 우려했던 상황이 경제계에서 끊일줄 모르고 일어나고 있다.
민주화를 향한 급속한 변화를 겪으면서 어느정도는 에상도 하고 우려도 한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이 일제히 전업종에 걸쳐 노사분규가 분수처럼 터져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공업단지인 울산·창원공단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사분규는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본인에게 더할수없이 마음을 졸이게 하고있다.
우리회사는 9백명의 종업원이 자동차 부품인 헤드라이닝·계기판·버스의자등을 생산,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6일부터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가 갑자기 조업을 중단하게됨에 따라 우리회사도 같은날부터 휴업을 하지않을수 없게되었다. 휴업기간중의 임금은 1백% 회사가 부담키로 함으로써 회사로서는 하루 인건비·영업손실등을 포함, 1천2백만원씩의 손실을 본의아니게 입고있다.
10일부터 모기업이 다시 가동됨에 따라 우리회사 역시 다시 일을 시작했으나 문제는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우리회사가 만드는 부품의 원자재도 럭키의 울산공장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럭키의 분규가 끝나지 않을 경우 지금 가지고 있는 재고3일분을 다 쓰고 나면 다시 휴업을 해야할 판이다.
부품업체의 노사분규로 자동차제작에 직결되는 부품이 납품되지 못함으로써 할수없이 모체의 운휴가 결정되었기 때문에 우리 부품업체의 책임감을 더욱 무겁게 해주고 있다.
특히 부품업체 모임인 협동회장으로서 책임감을 다하지 못해 모체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수 없다.
금번 사태로 자동차모체와 부품업체는 상호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현재의 진행 상황으로 보아 금번 노사 문제는 과거의 것과는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첫째 기존에 노조가 결성된 기업에서는 어용노조로 규탄되고 신규 결성이 되거나 결성중인 기업체에서는 대부분이 상대방의 실체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주도권을 쥐려는 운동 때문에 사태가 과격해지고 있다.
둘째는 수많은 전단·조직방법·구호등이 외부의 사주를 받거나 조종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해 주고 있다.
세째는 요구사항을 너무 일시에 그것도 기업이 부담할수없는 사항까지도 전부 열거하며 요구하고있다.
네째는 산업이 서로 연관, 고도화 되어있기 때문에 어느 한 기업·한 분야만의 문제만이 아니고 전산업이 열쇠고리모양이 되어 연쇄적인 영향과 여파가 심하게 미친다.
다섯째는 정부는 기업에게 되도록이면 자율적으로 협의, 수습되도록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노사간에 단시일내에 우호적으로 기업과 직장은 같이 살아야한다는 취지에 합의하지 않으면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돼 국민경제에 치명타를 줄지도 모른다.
지난주 현대자동차 조업중단이 금주에도 업체의 납품부진으로 계속된다면 당사와 같은 중소기업은 자금난으로 연쇄도산의 위기에 직면하게된다. 우선 납품이 안되어 자금회전이 안되면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빈사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어 정부의 긴급대책 수립이 요망된다.
기업이 도산하고 나면 그 파급 효과로 국가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아 영원히 중진국이나 후진국의 테두리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고, 직장을 찾는 수많은 구직자의 행렬이 줄을 이어 나라 전체가 도탄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근로자는 1, 2차 오일쇼크 이후 월급은 고사하고 직장만이라도 있었으면했던 그때의 암담한 마음을 조금은 살려 요구조건을 완화하고 기업가는 회사의 모든 상황과 돌아가는 내용을 솔직하게 종업원에게 알려 종업원이 회사의 사정을 잘 이해할수 있도록 하는 한편 종업원의 꼭 필요한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주는 마음을 가질때만이 이 위기를극복할수 있을 것이다.
말로써 해결안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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