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내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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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설마가 사람잡는다」던가.
잇달아 몰아친 태풍과 집중호우는 나라 곳곳에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아닌 밤중에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된 사람들, 물난리 속에 형체조차 분별할 수 없게 잠겨버린 도시와 논밭, 지붕 꼭대기에서 울부짖는 어린아이들… 이 모두가 엄청난 충격과 시련이었다. 차마 못 볼 것을 보아야 하고 듣고싶지 않은 것을 들어야하는 우리 또한 무슨 말로 만신창이가 된 슬픈 가슴들을 위로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유. 앞으로 살아갈 일이 난감허유.』 물이 빠져나간 집으로 돌아와 눈물짓는 어떤 노모의 모습이 TV화면에 비춰질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쳐야 했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어머니! 부디 용기를 잃지 마세요. 고난이 닥치면 닥칠수록 더욱 강인한 기지로 위기를 넘겨왔던 어머니임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힘을 내세요!』라고.
『호우로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논밭이 떠내려갔지만 노력해보는데까지 해보겠다며 재기를 굳게 다짐하는 한 아저씨의 말에는 저절로 박수가 쳐졌다.
수해를 입었거나, 입지 않았거나 수재민돕기 창구 앞엔 작은 정성들을 모아 보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 동네에서도 반상회를 열어 고추장과 된장·이불이며 옷가지등을 있는 대로 모아 보내자고 결정했다.
태풍은 엄청난 상처를 안겨주긴 했지만 우리 모두의 형제애를 확인시켜주기도 한 셈이다.
형제 여러분, 부디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마세요.
김미옥<강원도 춘천시 효자29동 132의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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