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KBS 김·옥·빈 MBC 이·영·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새해 들어 신인을 앞세운 드라마 전쟁이 치열하다.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두 새내기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김옥빈(KBS '안녕하세요 하느님')과 이영아(MBC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 앳된 마스크지만 연기 집중력은 매섭다.

그윽한 눈빛에 중성적 목소리, 신인답지 않은 대담한 연기. 김옥빈(20)을 언급할 때 늘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는 지난 1년새 다양한 연기를 소화해냈다. 여고생 귀신으로 나왔던 영화 '여고괴담4-목소리', 한국인 청년의사를 사랑하는 베트남 처녀로 열연했던 SBS 추석특집극 '하노이 신부', 원조교제로 가족을 부양하는 소녀 역의 영화 '다세포 소녀'(미개봉) 등. 본인 말처럼 운 좋은 신인이다. 그런 그가 본격적인 연기 검증의 무대에 섰다. 9일 첫 방송한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안녕하세요 하느님'(강은경 극본.지영수 연출)이다. IQ 65의 정신지체 청년 하루(유건 분)에게 모성애를 느끼게 해주는 어설픈 사기꾼 서은혜 역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급격한 연기 변신에 부담은 없을까.

"왜 부담이 없겠어요. 하지만 쉬운 배역에는 매력을 못 느껴요. 핸디캡이 있어 연기하기 어려운, 그래서 연기력에만 의존해야 하는 배역에 욕심이 납니다."

촬영 초기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촬영장에 나타나 제작진을 당황케 한 적도 있었다. "첫 촬영 때 긴장한 나머지 귀여워야 할 사기꾼 역을 악랄하게 표현했더니 바로 감독님이 질책하시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자만심에 주위 기대를 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밤새 펑펑 울었어요."

'완벽주의자' 김옥빈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오랜만에 제대로 연기하는 신인이 등장했다는 의견이 많다. 극중 캐릭터가 자신의 실제 성격과 비슷해 연기가 더 어렵고 어색하다고 한다. '누나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이 깊고, 연기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동료연기자 유건의 칭찬에 밉지 않게 눈을 흘기는 김옥빈. '다세포 소녀'가 아닌 '다재능 소녀'란 수식어를 얻을지 지켜볼 일이다.

KBS 수목드라마 '황금사과'에 등장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뜰 줄 몰랐다. 사인도 준비 못해 신용카드 서명사인을 휘갈겨대고 있다니 말 다했다. '황금사과'에서 박솔미(경숙 역)의 아역으로 당돌한 신인 연기를 펼쳤던 이영아(22). 올 초부터 방영된 MBC 일일연속극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의 주인공으로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일일극 부활을 꿈꾸는 MBC가 불발된 문근영 카드 대신 내민 신인 카드가 바로 그다. "일일극 주연 얘기가 나왔을 때 솔직히 안 되길 바랐어요. 이런 큰 역할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거든요."

이영아는 드라마에서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대학생 태경(홍경민 분)과의 연애에만 열을 올리는 철부지 여고생 은민 역을 맡았다. 다른 여학생과 머리채를 잡고 싸우다 코피까지 터지는 등 '망가지는' 연기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무용 전공자(한양대 무용과 3년 휴학 중)답게 예사롭지 않은 춤 솜씨도 선보인다. "이 길로 접어들지 않았다면 무용교사나 유치원 원장을 꿈꾸고 있었을 거예요. 아빠는 지금도 빨리 학교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세요."

춤 솜씨 못지않은 '싸움의 기술'도 그의 경쟁력이다. 어린 시절 남동생과의 싸움에 지기 싫어 배웠던 태권도가 2단이다. '황금사과'에서 보여준 멋진 발차기 정도는 대역 없이 해낸 것이다. 영화 출연 제의가 쇄도하지만 당분간 드라마 연기에만 몰입하고 싶다고. 실제 성격은 극중 은민과 어느 정도 비슷할까. "많이 달라요. 패스트푸드를 싫어해 한식만 먹어요. 시간만 나면 집 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은둔형' 입니다. 그래서인지 귀여운 척해야 하는 은민 역이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은민과 닮은 게 있단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자에게 끌린다는 것.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