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검찰, 반기문 조카 "가문의 명성" 표현 쓰며 불법 거래 시도한 것으로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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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빌딩 매각과 관련해 카타르 왕실 측에 돈을 건네려 한 혐의 등으로 반주현(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조카)씨를 기소한 미국 연방검찰이 반씨가 거래처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 가문의 명성’과 같은 표현을 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겨레가 12일 보도했다. 이날 한겨레는 반기상(반 전 총장의 친동생)-주현씨 부자의 공소장을 입수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이 신문이 공개한 미국 검찰의 주현씨 공소장에 따르면 2013년 당시 자금 위기를 해결하려던 경남기업은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랜드마크72빌딩 매각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경남기업은 그해 5월 주현씨가 일하던 회사와 랜드마크72 관련 채무를 조정하기 위한 계약을 맺는다. 한겨레는 이 계약이 이뤄지는 데 당시 경남기업 상임고문이었던 반기상씨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봤다. 또 당시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반 전 총장을 의식해 반기상씨를 고문으로 위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신문이 보도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주현씨는 계약 이후 카타르 왕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맬컴 해리스라는 인물을 통해 왕실 측에 뇌물을 주기로 했다. 주현씨는 2만8000달러를 회사로부터 조달하려는 과정에서 “빌딩 거래가 성사되면 우리 가문의 명성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회사가 뇌물용 자금 인출을 허용하지 않자, 주현씨는 추가 이메일을 통해 “아버지(반기상)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우리 가족의 명성에 대한 위험까지 감수하고 있는데 회사가 도와주지 않는다”고도 적혀있다고 한다. 결국 주현씨는 2014년 다른 회사로 옮겨 맬컴 해리스에게 50만 달러를 송금했지만, 해리스는 이 돈을 카타르 왕실 측에 건네지 않고 본인이 탕진했다는 게 미국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반기상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한 일을 가지고 우리 아들을 기소해 황당하다”며 “형님(반 전 총장)은 조카(주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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