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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하지 않은가-정치회담 방해한 소수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여야「8인 정치회담」이 소수당의 반발이란 뜻밖의 복병을 만나 상견례도 못한채무산되었다.회담에서 배제된 국민·신민 양당 의원들이 회담장소를 미리 점거한데서빚어진 해프닝이었다.국민·신민 양당이 반발하는 까닭은 알만하다.민주화를 한다면서 소수 정파를 무시해도 좋으냐는 것이다.그러나 이에 대한 민주당측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그것은 민주화 투쟁,개헌투쟁에 소극적이었던 두당이 과연 정치협상에참여할 자격이 있느냐는 말로 요약된다.한마디로『상 차려 놓으니까 무슨 염치로 숟가락 들고 달려드느냐』는 반응인 것이다.물론 여기에는 국민·신민 두당에 대한 민주당의 시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제각기 나름대로 할 말은 있겠으나 시비곡직을 떠나 국민들 눈에는 이런 모습이 민망하고 어이없게 비치는 것이 사실이다.두말 할 것도 없이 이번 정치회담은 이땅의 민주주의 장래가 걸린 중요한 협상이다.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비상한것도 그 때문이다.여기서 성취해야할 과제는 비단 헌법에만 있는것이 아니다.70년대,80년대의 시행착오가 빚은 적폐와 구습을 청산하고 국민의 열화와 같은 민주화욕구를 충족시켜야할 작업이 이 회담에 걸려 있다.따라서 우리는 국민·신민 양당에 대해 보다 대국적인 시각에서 국면을 풀어 나가길 당부하고자 한다.우선 국민·신민 양당은 회담을 중단시킨 이번 행위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어떤 것인지부터 냉정하게 헤아려야 한다.물론 소수 정파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그러나 8인회담은 국회 차원의 회담이 아니라 민정·민주 두 당간의 정치회담이다.이 회담이 성립되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더욱 그렇다.여기서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헌법개정을 비롯한 앞으로의 정치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수있다.어차피 양당의 합의사항은 국회에서의 의결과정을 거쳐야 한다.국민·신민 두당의 의견은 그때 반영해도 늦지 않다.무엇보다 걸핏하면 회의장을 점거,농성을 벌이는 행위는 국민의 거부반응을 부르는「추태」로 비친다는 점도 깨달았으면 한다.한편 민정·민주당도 보다 큰 테두리에서 소수정파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아량을 보이길 바란다.과거의 감정때문에 민주주의의 대도를 왜곡시켜서는 안되겠다.지금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촉박한 시한안에 이룩해야할 과제는 너무나 많다.국민 누구나 납득할만한 뚜렷한 명분없이 회담을 지연시키다면 국민의 핀잔을 면할 수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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