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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허기…뜬눈으로 밤새워|6만수재민 구호손길 애타게 기다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춥고 허기진 밤이었다.
27일 새벽 살인폭우로 집이 물에 잠겨 「안방」에서 쫓겨난 수도권지역 6만 이재민들은 28일 밤 또다시 내린비로 집에 돌아갈 엄두도 못낸채 학교등 공공시설에서 새우잠을 자는 고통스런 밤을 지새웠다.
특히 서울구로6동 침수지역주민 5백여명은 대림전철역 콘크리트바닥에서 덮을 것도 없이 웅크린채 추위속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으며 광명시 27개 수용시설의 이재민 2만3천명도 컵라면 1개로 끼니를 때운뒤 라면상자를 뜯어 교실바닥에 깔고 한기와 허기진 밤을 보냈다.
망원동 수재민들은 84년에 이어 두번씩이나 수해를 겪고 9백여명이 성서중학교등에 수용돼 수마에 시달리고 있다.
수재민들은 28일 물이 빠지면서 진흙탕길을 더듬어 물에 잠긴 집을 찾아나서 방안에까지 들어찬 오물등을 치웠으나 옷가지·이불등 모든 가재도구가 물에 젖은데다 집안 곳곳에 습기가 들어차 당장 기거도 할수 없는 상태에서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망원동수재민=서울성산1동 성서중학교등에 수용중인 망원동수재민 9백여명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3년전의 악몽을 되새겼다.
주민 이정동씨 (54)는 『이곳에 수용된 수재민 80%가 84년9월 같은 장소에서 물난리를 겪었던 사람들』이라며 『27일밤 모포가 모자라 노인과 부녀자·어린이들에게 가진 모포를 우선 빌려줘 덮게 했으며 청·장년들은 의자를 일렬로 늘어놓거나 책상위에서 담요없이 새우잠을 잤다』며 고통을 호소.
이들에게 지급된 구호품은 라면 1백여 상자가 전부.
박순녀씨 (29) 는 『계속 라면만 먹다보니 둘째(8)는 배탈·설사, 세째 (6) 아이는 기침감기로 앓고 있어 밥과 따뜻한 잠자리가 시급하다』 고 말했다.
◇식사난=경인지역 수재민 대부분이 라면과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철산여중·철산국교등 27곳에 수용된 광명시수재민들의 경우 컵라면 1개와 빵1개·뜨거운물이 식사의 전부.
시당국은 10가구에 석유곤로 1개와 취사용구를 나눠줄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나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라 이재민들은 쌀이 있어도 밥을 지어먹지 못하고 있다.
◇방역=수재민들의 대피소마다엔 각구청에서 소독약을 뿌리고 재민들에게 장티푸스등의 예방접종을 했으나 침수지역과 주택등에는 아직 손이 못미치고 있는 실정.
봉영여증에 수용중인 김정길씨 (37·회사원·서울양평1동) 는 『물이 빠져 집에 가봤으나 온통 오물천지였다』며 수해뒤끝의 방역활동이 시급하다고 했다.
◇잠자리=서울 대림전철역에 대피중인 구로6동 이재민 5백여명의 경우 콘크리트바닥에 돗자리등만을 깐채 밤을 새웠다.
김상목씨 (37·상업) 는 『모포가 없어 웅크린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며 『아이들이 몸살 감기로 심한 기침을 해대고 배탈까지 겹쳤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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