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이 9일(현지시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4시간에 걸친 와이드 인터뷰를 했다. 18일 시판된 월간중앙 2월호는 박지성 인터뷰를 14쪽에 걸쳐 실었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박지성과의 인터뷰는 신청한 지 두 달여 만에 어렵게 성사됐다. 9일 오후 1시(현지시간) 맨U의 연습구장인 캐링턴 구장 프레스룸에서 1시간가량 기다리자 박지성이 나타났다. TV에서는 작아 보였지만 생각보다 키(1m78㎝)가 컸다. 박지성은 프레스룸에 들어서자마자 아버지에게 오후에 만나기로 했다는 '영어 선생님'의 전화부터 챙겨 물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한다는 영어공부에 열성인 것처럼 보였다. 한 번에 2시간 정도 영어공부를 하고 예습.복습도 치밀하다는 것이 아버지 박성종씨의 귀띔이다.
박지성은 맨체스터에서 고급 주택가로 꼽히는 윔슬러 지역에 살고 있지만 네덜란드에서 집을 공개했다가 언론에 퍼지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뒤 맨체스터 집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민들 초대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외국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는 철저한 프로의식이 필요하다. 선수라면 그라운드에서 잘 뛰어야지 여기저기 쫓아다니다가는 아무것도 못 이룬다"는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의 충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영국에는 유학생이 많으니 여자친구를 사귀어 봐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데.
"아직 여자친구는 없어요. 시내 쇼핑센터에 나가는 것도 힘들어 주로 집에서 책 읽고 게임 하고, 그런 걸로 시간 보내요."
-축구게임을 하면 실전에도 도움이 되나요?
"특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웃음)
-음식에는 문제가 없나요?
"네덜란드 있을 때나 여기서나 주로 한국음식을 먹기 때문에 문제는 없어요."
-좋아하는 음식은요?
"특히 어머님이 끓여 주시는 부대찌개를 가장 좋아해요."
-박 선수는 된장찌개를 잘 만든다면서요?
"부모님 안 계실 때 제일 간단히 할 수 있는 게 된장찌개.김치찌개죠."
-한 달 용돈은?
"제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입장이어서 지금은 받는 용돈이 없죠. (웃음) 영국에서는 식사비 외에 돈 쓸 일이 거의 없어요."
-주량은 얼마나 돼요?
"술을 먹기는 하지만 시즌 중에는 거의 안 먹는 편이에요. 하지만 시즌이 끝나거나 중간에 파티 같은 기회가 있을 때 조금 먹어요."
-박 선수의 거친 발을 담은 사진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손은 굉장히 예쁘네요.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특별히 손을 관리한 적은 없고요. 축구는 발로 하는 거니 그렇겠죠"(웃음)
-닮고 싶은 선수는?
"제가 좀 어릴 때 브라질의 카를루스나 둥가 선수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선수는 물론 감독이나 팬들도 그 선수가 있어 팀을 더 믿을 수 있고, 그 선수가 경기장에 있으면 믿음이 더하는 선수라고 봐요. 그래서 저도 둥가 선수를 닮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어요."
-매일 거울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좀 더 잘생겼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하죠, 뭐."
맨U 구단에는 일주일에 보통 200~300통에 달하는 편지와 선물이 박지성 앞으로 배달된다. 동료 선수들은 이 엄청난 팬레터에 입을 쩍 벌린다. 특히 지난 연말에 목도리.옷 같은 선물까지 배달되자 반 니스텔로이가 "도대체 너는 사랑하는 팬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선물을 보내지 않는 그쪽 풍습으로는 당연한 물음이다.
-팬의 선물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요?
"워낙 독특한 선물이 많아요. 다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종이를 접어 만든 꽃다발이나 직접 그린 그림, 물파스나 옷도 기억에 남아요."
박지성이 특히 듣기 싫어하는 질문이 있다. "경기 중에 왜 그렇게 자꾸 넘어지느냐"는 질문이다. "걸리니 넘어지고, 안 다치기 위해 넘어지고, 파울을 피하려고 넘어지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넘어지지 말라는 것은 결국 몸을 다치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반문한다.
맨체스터=김홍균 월간중앙 기자